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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며칠 장마로 인해 비가 주룩주룩 내리는군요. 지난시간에 이어서 계속 이야기해보겠습니다. 지난 편을 안 읽은 분은 먼저 우기순찰 上편부터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언제나처럼 시간적 순서에 따라 전개되지 않으며, 그때그때 기억나는 사건을 재구성하여 작성하고 있습니다. 고로 예전 글을 안 읽으시고 바로 보셔도 무방합니다. 시간적 여유가 있으신 분은 윗부분에 위치한 지난 글보기를 이용해주세요!
아직도 비몽사몽인 나와 윤이병은 처음으로 투입되는 우기순찰때문에 아직도 어리둥절하다. 윤이병은 조용히 박병장에게로 다가가서 깨우기 시작하였다.
'박병장님~! 박병장님~! 기상하십시오~!'
'zzZ zzZ'
'박병장님~! 일어나셔야 됩니다~!'
'드르렁~! 쿨쿨~!'
이미 민간인이나 다름없는 박병장은 도저히 일어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어쩔 수 몰라하는 윤이병을 보니 답답하였다. 나도 가세하여 깨우기 시작했다. 이미 불러서는 깨어날 수 없는 상태이다. 나랑 윤이병은 박병장의 팔과 다리를 흔들며 조심스레 깨우기 시작했다.
'어어어~! 머야~! 니들 왜그래? 죽이지마~!'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걸까? 하긴 얼마전 8중대에서 후임이 자는 고참을 야삽으로 찍은 사건이 있긴 하였다. 그래서 그런걸까? 전역을 며칠 앞둔 박병장은 화들짝 놀라며 기상하였다.
'박병장님 주무시는데 죄송합니다~! 다름이 아니라 저희 분대가 우기순찰조인데, 다른 고참들은 죄다 근무나가고 저랑 윤이병밖에 없어서 박병장님도 가셔야되요~!'
'아아아악 이 놈의 군대는 갈때까지 나를 못 잡아먹어서 안달이야~!'
그렇게 우리는 우기순찰을 준비하였다. 나랑 윤이병은 의례 근무나갈때처럼 전투복으로 환복하기 시작하였다. 그러자 불침번이 최상병이 다가오더니 한심하다듯이 말한다.
'야 니들 지금 근무나가냐? 왜 전부복입고 난리야? 그냥 활동복입어~! 거기다가 판초우의만 디집어쓰면 돼~!'
진작 말해주면 좋잖아~! 우리는 다시 활동복을 입고, 판초우의를 챙겼다. 양말도 신을 필요없이 슬리퍼 신고, 후레쉬만 챙겨서 행정반으로 향하였다. 당직병은 박병장을 보더니 연신 깔깔거리며 웃는다.
'푸하하~! 우리 박씨아저씨 집에도 못가고 자다가 무슨 봉변이야~! 에효 딱하다 딱해~!'
조금 기다리자 전번 우기순찰조가 복귀하였다. 다들 비를 홀딱 맞아서 몰골이 말이 아니었다. 우리에게 특이사항을 인수인계하고는 무전기와 삽을 건네주었다.
그렇게 인수인계를 받은 우리들은 행정반을 떠나 대대 지휘통제실로 근무투입을 보고하러갔다. 당직사령은 우리를 보더니 비상시에 즉각 보고하라고 지시하고는 다시 지휘통제실로 들어갔다.
불만이 그득한 박병장이 앞장을 서서 걸어갔고, 나는 후레쉬를 비추며 바로 뒤따라 걸었다. 윤이병은 삽을 들고 졸래졸래 따라오고 있었다. 평소 같으면 우리에게 농담도 할텐데, 박병장은 정말 우울한가보다. 하긴 낼 모레 집에가는 사람이 자다깨서 비 홀딱 맞으며 순찰돌고 있으니, 짜증날 수 밖에 없다.
위병소를 시작으로 순찰로를 따라서 대대탄약고쪽으로 걸어갔다. 그 사이에 상당히 큰 대대 배수로가 위치하고 있다. 평소에는 항상 말라있는 곳이다. 그래서 사실 배수로인지도 몰랐다. 연신 제초작업만 열심히 한 곳이었다. 한데 폭우가 내리자 부대 뒷산에서 흘러내리는 흙탕물이 배수로로 유입되더니 광속의 속도로 연신 부대 담벼락 밖으로 뿜어대고 있다.
사진보다는 훨씬 낮고 규모가 작지만, 저런 느낌의 배수로이다. 칠흙같은 어둠속에서 연신 배수로에서는 검붉은 흙탕물이 쉴새없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박병장은 부대 담벼락에 설치된 배수구를 확인하라고 지시하였다. 배수구는 행여 배수로를 통해 도망갈까봐 쇠창살로 빈틈없이 용접되어 있었다.
다행히 막히는 부분없이 순조롭게 물을 분출하고 있었다. 이제서야 죽도록 제초작업을 시킨 이유를 알것 같기도 하였다. 만약 배수로의 잡초들이 쇠창살에 엉켜붙어서 물의 흐름을 방해한다면,곧 물이 범람하거나 부대 외벽이 무너질테니 말이다.
'이상없습니다~!'
박병장은 대대탄약고를 한바퀴 돌고는 중대막사 뒷쪽 순찰로를 향해 걸어갔다. 비는 점점 더 거세지고 바람도 점점 더 심해졌다. 결국 우리는 야외건조장을 피신하였다.
'아 진짜 이게 개고생이야~!'
'흑흑 박병장님 정말 고생이 많으십니다~! 얼른 집에 가셔야할텐데~!'
'일단 담배 한대 피고, 좀 쉬었다가 돌자~! 가서 커피나 뽑아와~!'
'윤이병 출동~!'
그렇게 커피를 홀짝홀짝 마시면서 야외건조장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비닐위로 떨어지는 빗소리가 나의 마음을 두드리는거 같다. 얼마나 쉬고 있었을까? 갑자기 하늘에서 번쩍하였다~! 나는 본능적으로 숫자를 세기 시작했다. 1234 1초, 1234 2초 12~! 콰쾅~! 번쩍이고 2.5초만에 울렸다. 1초에 340m이니깐, 대략 여기서 840미터 떨어진 곳에 번개가 내리꽂힌거다.
'헐~ 이번 번개는 근처에 떨어졌는데 말입니다~!'
'연대탄약고 날라간거 아냐? ㅋㅋ'
그순간~! 또 번쩍거렸다~! 숫자를 셀틈도 없이 바로 콰쾅~!
'음... 딱히 이상없지?'
'네~! 별다른거 없는데 말입니다~!'
'그래 배수로나 한번더 순찰하고 슬슬 복귀할 준비하자~!'
'넵!'
다시 위병소쪽으로 돌아가서 순찰을 하기 시작하였다. 나는 연신 후레쉬를 비추며 배수구쪽을 확인하였다. 배수구에 나뭇가지같은게 많이 걸려있었다. 제거하지않으면 계속 쌓여서 배수구를 막아버릴꺼 같았다. 삽을 들고 있는 윤이병에게 나뭇가지들을 걷어내라고 하였다.
'윤이병 조심해~! 너 빠지면 구해줄 사람 없다~!
'이병 윤OO~! 걱정하지마십시오~! 이까지것쯤이야~!'
지난 수통분실사건과 저녁점호사건 이후로 고참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은 윤이병은 이제 어느덧 A급으로 거듭나고 있었다. 아슬아슬하게 삽으로 나뭇가지를 걷어내고 있었다. 그 찰나, 윤이병은 비틀거리거니 미끄러질뻔 하였다. 가까스로 균형은 잡은 윤이병은 손에 쥐고 있던 삽을 떨어뜨렸다.
퐁당~!
역시 날 실망시키지 않는구나~! 박병장은 더이상 화낼 힘도 없다는듯 하늘을 바라보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나도 너무 어처구니가 없어서 멍하니 윤이병만 바라보고 있었다. 배수로에 빠진 삽은 배수구 쇠창살에 걸려 연신 날카로운 쇳소리만 내고 있었다.
끼이익 깽깽~♪
나올때는 삽을 들고 나왔는데, 복귀할때는 빈손? 군대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무조건 가지고 복귀해야된다~! 그순간 윤이병은 무언가 큰 결심을 한듯, 갑자기 배수로를 향해 뛰어들었다.
'야~! 뭐하는 짓이야~! 죽을려고 환장했어~!'
이녀석~! 마치 무림고수들이 경공을 하듯이 폴짝 폴짝 뛰더니 삽을 기똥차게 낚아채었다. 브라보~! 짝짝짝~!
나와 박병장은 몸을 날려 삽을 챙긴 윤이병이 대견스러웠다. 이녀석 마냥 허술하고 불안한 놈인줄만 알았는데, 은근히 용기도 있고, 책임감도 있잖아~! 나같아도 선뜻 저렇게 하지 못했을텐데 말이다.
'너어~! 군인 다 되었구나~!'
그렇게 천둥번개가 유난히 심했던 한여름밤, 우리는 무사히 우기순찰을 마치고 행정반으로 오순도순 걸어가고 있었다. 그때까지도 우리는 전혀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다.
중대막사 바로 옆에 서있던 아름드리 나무가 쓰러져 있는 것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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