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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지공사는 2주동안 진행되었다. 하지만 매년 2차례씩 꼬박꼬박 실시되기때문에 딱히 크게 할 일은 없다. 물론 종일 삽질하고, 고되게 육체를 움직이지만, 크게 부담감이 없는 것이다. 그정도는 어느정도 예상하고 왔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중대원들은 다들 편하게 즐거운 마음으로 진지공사에 임하고 있었다. 그러나 간과하고 있었다. 우리는 멸공대대라는 것을...
진자공사를 마치고 복귀하면, 일주일 휴식후 바로 대대ATT가 예정되어있었다. 대대의 실질적인 전투력 평가, 대대의 위상을 드높일 수 있는 명실상부 최고의 빅매치이다. 이에 우리 중대장님께서는 진지공사를 온 우리가 해이해지지 않게 친절하게 특단의 조치를 취해주셨다.
'진지공사기간동안 매일 애기봉 산악구보를 실시하겠다~!'
이게 무슨 마른 하늘에 날벼락인가? 애기봉이 무슨 동네 앞산이름인가? 화악산의 주요 봉우리중 하나로 높이는 깔끔한게 1055고지이다. 그걸 매일 구보로 뛰어갔다 오라는 것이다. 다들 처음에 반신반의 하였다. 설마 농담이시겠지? 그러나 중대장님은 진심이셨고, 첫날 오후부터 애기봉 등정이 시작되었다.
다들 전날 행군과 작업으로 지칠대로 지쳐있었는데, 현실을 믿고 싶지 않았다. 나는 애기봉이 뭔지도 몰랐다. 한번도 가본적이 없으니 말이다. 그러나 고참들의 표정으로 보아 정말 힘든 곳일꺼라는 느낌이 팍팍 왔다.
첫날 중대장님은 그래도 군인들인데, 활동복차림은 없어보인다고 단독군장을 명하셨다. 우리는 개인화기와 방탄헬멧, 전투조끼를 입고, 애기봉 올라가는 입구로 집결하였다. 우리 중대를 지켜보는 타중대의 아저씨들은 기가찬다며, 연신 안타깝게 우리를 쳐다보았다.
'가츠야~! 진짜 긴장해라, 행군과는 다르게 논스톱으로 정상까지 뛰어올라가니깐 무조건 다 퍼질꺼야~! 그래도 최대한 버티고 버텨~!'
'이병 가츠! 넵~! 알겠습니다~!'
안그래도 달리는 건 질색이다. 행군이야 그냥 묵묵히 걸으면 되지만, 구보는 항상 자신이 없었다. 그리고 중대장님을 필두로 선두부터 뛰어올라가기 시작했다. 이런 XX~! 진짜 뛰어올라가네~! 아나 ㅋㅋㅋ
어느덧 아스팔트 도로를 벗어나 산길로 접어들었다. 산길이라기 보다는 자갈길이었다. 오르막길을 오르다가 돌이나 흙에 미끄려져서 헛발질 할때의 허탈감~! 산을 타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경험해보았을 것이다. 연신 미끄러운 자갈에 발이 미끄러진다. 그러던 찰나, 너무 긴장한 탓일까? 좀처럼 가스분출을 하지 않는 편인데 나도 모르게 분출된 가스 한방~!
뿡~!
바로 내뒤에 바짝 붙어서 따라오던 김일병은 소스라치게 놀라더니 소리의 근원지를 찾기 위해 두리번 거렸다. 그리고는 이내 나를 향해 외쳤다. 사실 급경사의 오르막길이기 때문에 안타깝게도 그의 얼굴은 나의 둔부 부근에 있었다. 크크킄~!
'가츠~! 너냐?'
'이병 가츠~! 죄송합니다~! ㅜㅜ'
'아나~! 이런 XX XXX을 봤나~! 니가 방구차냐~! 아나 이거 추진력으로 등산할려고 하네~! 오냐 아예 틀어막아 주마~!'
'헉... 살려주세요~! 에잇 뿡뿡~!
살기위해 나는 연신 방귀를 뿜으며 뛰어올라갔다. 10분.. 20분.. 더이상 무리다. 숨이 턱까지 차올랐고, 심장은 벌떡벌떡... 이대로 터져버릴 것만 같았다. 그러나 아직 반도 안올라온거 같다. 그리고 곳곳에서 들리기 시작하는 고참들의 화끈한 치어리딩~!
'야 똑바로 안걸어~! 왜 자꾸 절벽쪽으로 가는거야~!'
이쪽저쪽 낙오병사들이 속출하기 시작하였다. 물론 나도 예외가 아니었다. 어느새 김일병은 나를 제끼고 올라가기 시작하였고, 하나둘씩 나를 추월해갔다. 이등병의 능력으론 도무지 따라붙을수가 없었다. 이윽고 분대원들이 다 나를 제끼고 올라갔고, 부분대장인 이상병이 나의 팔을 잡고 연신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그러나 이상병의 목소리는 메아리처럼 들리기 시작하였고, 시야는 뿌옇게 흐려졌다. 아 이대로 여기서 죽는건가? 그냥 주저앉고 싶었다. 그 순간 보이는 반짝반짝 빛나는 물체....
자세히보니 중대장님의 전투모였다. 중대장님도 지치셨는지 앞에서 숨을 고르며 서계셨다. 그리고 헤롱헤롱 거리는 나를 목격하시고는 사자후를 날리셨다.
정신이 번쩍들었다~! 중대장님의 눈이 나를 아래위로 훝어보자, 이에 반응이라도 하는듯 나의 근육들은 저절로 움직이기 시작하였다. 생존본능인건가? 한시라도 그곳을 벗어나야된다는 생각밖에 없었다. 그리고 미친듯이 앞으로 냅다 달렸다. 이에 당황한 건 오히려 이상병이었다.
'뭐야 이색히~! 잘만 뛰네~! 아나 엄살쟁이~! 잡히면 죽는다~!'
그렇게 중대장님 덕분에 절체절명의 위기를 모면하였고, 어느덧 정상 부근까지 도착하였다.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난다. 정상 바로직전의 구간은 일직선이었다. 왼쪽은 절벽이었고 직선구간을 따라가다 마지막에 오른쪽으로 돌면 바로 애기봉 정상이었다. 항상 마지막 직선구간은 절벽의 시원한 바람으로 나의 땀을 씻겨주었다. 정말 시원했다. 그리고 오른쪽으로 꺽는 순간~!
나의 눈에 들어오는 정상의 풍경~! 정말 이래서 사람들이 등산을 하나보다~!
우와... 가슴이 터질것 같다~! 너무 멋있잖아~! 나는 놀랍고 신기해서 연신의 전방의 풍경만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나 분대장의 손짓~! 쪼르르 달려가니... 아까 왜 퍼졌나고 고문이 시작되었다. 어흐흑ㅎ그ㅠㅜ
그리고 다시 소대별로 집결하여 중대장님을 기다리고 있었다. 아나 선두에서 뛰어가던 아저씨가 아직도 안 올라왔어~! 속으로 중대장님도 겁나 힘들테니깐.. 내일부터 안하겠지~! 라는 생각을 하였다. 아니 중대원 전체가 그렇게 생각했을 것이다. 얼마후 통신병과 중대장님이 정상에 당도하셨다.
'10분간 휴식~!'
잉... 저희는 벌써 15분째 쉬고 있었는데, 중대장님만 쉬시면 되요~! 그렇게 날좋은 오후, 우리 5중대는 애기봉 정상에서 여유롭게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그리고 중대장님께서 무언가 고민하시더니 중대발표를 하셨다.
'어때 힘들지~! 중대원 전원이 정상에 도착하는데 48분이나 걸렸다~! 진지공사 철수하는 날까지 매일 같이 한다~! 그리고 마지막날 1등으로 정상에 올라오는 병사에게는 포상휴가를 주겠다~!'
그랬다. 중대장님은 힘들어서 늦게 오신게 아니고, 낙오한 마지막 중대원을 데리고 시간을 확인을 하면서 올라오신 거였다. 그럼 그렇치~! 우리 중대장님이 어떤 사람인데... 그나저나 매일같이 이짓을 어떻게 반복한다냐~! 죽었다~! 그래도 일단 오늘은 했으니 내일까지는 마음이 편하다~! 하하 단순한 놈...
그렇게 우리는 다시 숙영지로 철수하였다. 다시 왔던길로 내려가는데... 오히려 내려가는게 더 조심스러웠다. 역시 오르막길이 힘들긴 하지만, 내리막길보다는 덜 위험하다. 다들 텐트로 돌아가서 저녁을 먹는다는 마음에 즐거워진것일까? 중대원들은 대열도 맞추지 않고, 오순도순 친한 사람들끼리 정답게 이야기 하면서 내려가고 있었다.
그러던 와중, 이상병이 나에게 말해주었다.
'야 좀만 더 내려가면 세상에서 가장 큰 부처님을 만날 수 있다. 진짜 부처님귀가 너 10배는 될껄?'
'헐~! 그걸 믿으라는 겁니까?'
헉.. 진짜다~! 아까 올라올때는 앞만 보고 가느라 못봤는데.. 정말 어마어마한 큰 불상이 나의 시야에 들어왔다. 저건 정말... 크다~! 높이가 자그마치 78m짜리 불상이었다. 정말 대단하다~!
그렇게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고 숙영지로 돌아온 우리는 저녁을 먹자마자, 바로 깊은 잠에 빠져버렸다. 그리고 다음날 오후, 우리는 다시 울상을 지으며 애기봉 고개 입구로 집결하였다. 다행히도 전날의 단독군장은 너무 오바했다고 생각하셨는지, 그냥 활동복 차림으로 오르기 하였다.
그러나 중대장님의 모습은 더이상 보이지 않는다. 배신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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