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지난 글보기
어제, 가츠의 군대이야기 열혈팬이신 천명군이 조국의 부름을 받고, 당당하게 입대하였다는 훈훈한 소식을 전해드립니다. 개인적인 바람으로는 이기자부대로 가셨으면 좋겠네요~! ^^*
오늘은 일병달고 간 집체교육에 대해서 이야기해보겠습니다. 언제나처럼 시간적 순서에 따라 전개되지 않으며, 그때그때 기억나는 사건을 재구성하여 작성하고 있습니다. 고로 예전 글을 안 읽으시고 바로 보셔도 무방합니다. 시간적 여유가 있으신 분들은 윗부분에 위치한 지난 글보기를이용해주세요!
오늘은 일병달고 간 집체교육에 대해서 이야기해보겠습니다. 언제나처럼 시간적 순서에 따라 전개되지 않으며, 그때그때 기억나는 사건을 재구성하여 작성하고 있습니다. 고로 예전 글을 안 읽으시고 바로 보셔도 무방합니다. 시간적 여유가 있으신 분들은 윗부분에 위치한 지난 글보기를이용해주세요!
때는, 바야흐로 05년 7월, 아주 아주 무더운 여름이었다. 05년 7월은 한달앞둔, KCTC훈련때문에 우리 대대가 미쳐있던 시기였다. 이미 동원훈련 편을 통해, 당시 우리 대대 분위기에 대해서 이야기한 바있다. 일병으로 진급한 달이기도 한다.
지긋지긋한 이등병의 계급에서 벗어나, 일만 하는 일병이 된 것이다. 그래서 먹은게 짬밥이니 어느정도 군생활의 노하우도 생기고 눈치도 보고, 요령도 피우고 천상 군인으로 변모하는 시기였다.
당시에는 신병이 백일휴가 나가기전에 사단에서 이등병집체교육을 실시하였다. 이등병집체교육이란 말이 교육이지, 그냥 이등병들 모아놓고 2박 3일 푹 쉬게 해주는 것이다. 근 2달간의 자대생활을 빡세게 하고 백일휴가 나가기전에 다시 만난 동기들과 꿈만 같은 휴식을 보내게 해주는 것이다.
지금와서 곰곰히 생각해보니, 백일휴가 나가서 사고칠까봐 이틀 편하게 모아놓고 놀게해주는게 아닌가싶다. 원래 군인들이 단순해서 99일동안 힘들게해도 마지막 하루 극진히 잘해주면 그동안의 고생은 다잊고 좋아라 한다.
하지만 저주받은 가츠는 백일휴가도 훈련때문에 자그마치 3주나 늦게 나갔다. 그것도 겨우 나갈수 있었으니, 이등병 집체교육은 아예 참가할 수도 없었다. 진짜 군생활 최고의 파라다이스라는 이등병 집체교육을 말이다. 늘 집체교육 가는 이등병들을 보고 고참들이 말한다.
'야~! 가자마자 내무실 들어가면 TV 바로 밑에 떠블백 던지고 리모콘부터 딱 잡아라. 밤에도 24시간 TV 볼 수 있으니깐~! 그리고 돈 많이 챙겨가고, PX에서 하루 3끼 해결 가능하다!'
2달동안 최하위계층의 삶을 살고있는 이등병들에게는 정말 꿈만 같은 곳이다. 그렇게 2박 3일 놀다가 오면 주말만 보내고 바로 백일휴가를 출발한다. 정말 판타스틱 하지 않은가? 이 좋은걸 저주받은 가츠는 못했다. 아니 못갔다! 훈련때문에 말이다.
정말 두고두고 천추의 한이 되었다. 혹시나 나중에 보내주지 않을까? 노심초사하면서 기다려봤지만, 그저 후임들 가는거 손가락빨면서 구경만 하고 있었다. 후임들 집체교육 간다고 옆에서 떠블백 사는거 도와주면서 겁나 갈군거 같다. 앜ㅋㅋㅋ 미안해~! 형이 못가서 부러워서 그런거야! ㅜㅜ
암튼 그렇게 이등병 집체교육은 잊혀져 갔고, 일병까지 진급하였다. 그러던 어느날, 인사계원이 소대로 들어왔다.
'야~! 3소대 일병 가츠, 수요일부터 금요일까지 7중대에서 일병집체교육한다. 머야 이거 일병집체교육은 또 머야? 아나 군생활 오래하고 볼 일이다. ㅋㅋㅋ'
그랬다! 당시 우리 연대 동기들만 못갔었다. 사단에서는 집체교육관련 문서를 정리하다가 77연대 1월 말군번만 이등병 집체교육을 하지 않은 사실이 발견하였고, 즉시 연대차원에서 실시하라고 공문이 내려온 것이다. 그래서 ASP파견으로 비어있는 7중대에서 하기로 한 것이다. 우하하~ 겁나 좋아! 완전 좋아! 킹왕짱! ㅋㅋㅋㅋㅋㅋ
무더운 여름, 훈련 준비로 개혹사 당하던 나에게 한줄기 빛이 내려온 것이다. 뜻하지 않은 행운! 원래 생각지도 못했던 일이 더 놀랍고 즐거운 법이다. 또한, 나는 지금 어리버리 이등병이 아니잖아! 정말 제대로 놀 줄 아는 일병이잖아! 빠진 일병의 진수를 보여주고 오마~!
수요일 아침, 부러워하는 중대원들을 뒤로하고, 가츠와 알동기 4명은 떠블백을 메고 덩실덩실 7중대로 이동했다. 아쉬운게 하나 있다면, 우리 대대에서 하는바람에 고참들 눈에 띈다는 사실이 좀 아쉬웠다. 그래도 바로 옆중대도 아니고 좀 거리가 있으니, 절대 우리 중대쪽으론 얼씬도 안해야지! 2박 3일동안 7중대에 뼈를 묻으리라! ㅋㅋ
7중대로 들어가자마자, 7중대 시설관리병 아저씨에 안내를 받으며 내무실로 들어갔다. 지난번에 설명했듯이 一자형 구형막사다. 정중앙에 행정반이 위치하고 있고, 양쪽으로 2개의 내무반이 중앙통로식으로 통해져있다. 최대한 5중대에서 멀리갈려고 왼쪽 내무실로 들어갈려고 했더니, 시설관리병 아저씨가 왼쪽편 내무실들은 사용할 수 없단다. 이미 예약된 손님들이 있어서....
예약된 손님? 무슨 여기가 호텔이냐? 일병 집체교육하는데 무슨 예약? 그냥 대대별로 배졍했다면 또 몰라도 말이다. 그래서 아저씨한테 물어봤다.
'아이 아저씨! 저 5중대예요 ㅜㅜ 최대한 멀리 떨어져 있어야된단 말이예요! 왼쪽 내무실로 배정해주세요~!'
'하하, 그래도 안되요! 왼쪽편 내무실은 다른 사람들이 써야되요! 아 저기 오네요 ㅋㅋㅋ'
뭥미! 일병집체교육만 하는게 아니었나? 중대사열대쪽을 보니 한무리의 완전군장 인원들이 절도있게 걸어오고 있었다. 머야? 짜세나오는데! 눈빛도 살아있어보이고, 다들 밥도 되어보이고, 정체가 궁금했다.
'아저씨!, 저사람들 누구예요! 다들 무섭게 생겼네요! ㄷㄷㄷ, 장구류도 다 A급이네요! 특수부대예요? 정체가 머예요?'
'앜ㅋㅋㅋㅋㅋ 특수부대는 개뿔! 군기교육대 입소인원이예요!'
두둥~! 군기교육대란다! 그러고보니 얼마전에 행정반에 이달의 행사중에 군기교육대가 잡혀있는 걸 본 거 같기도 했다. 아 근데 ㅋㅋ 우리랑 같이 하다니, 순식간에 행정반을 중심으로 천국과 지옥이 되어버린거다.
다행히 군기교육대 인원중에는, 우리 중대 고참이 없다. 고로 난 당당해! 재수없게도 몇몇 타중대 동기들은 중대 고참들이 있어서 여간 눈치를 살피느라 정신이 없는데 말이다.
내무실에 누워서 신나게 시체놀이를 하다가 목이 말라서 자판기로 나갔다. 150원짜리 종이컵에 얼음나오는 음료수를 한 잔 뽑아서 벤치에 앉았다. 동기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연병장을 바라보니, 이 무더운 여름에 군기교육대 인원들은 열심히 구르고 있는게 아닌가!
보고만 있어도 숨이 턱턱 막힐 지경이다. 잠깐 나와서 음료수 마시는데도 뜨거운 땡볕이 내리쬐는 통에 짜증이 밀려왔다. 내무실로 들어가서 시원한 선풍기 바람을 쐬면서 신선노름을 즐기고 있었다.
'야~ 밖에 저 아저씨들! 뭔 잘못해서 온거야? 진짜 존내 불쌍해다!'
'그러게 ㅋㅋㅋ 야 나같으면 그냥 영창간다. 저러다가 당장 오늘 죽겠다 죽겠어! ㅋㅋㅋ'
저녁을 마치고도 우린 여전히 딩가딩가 내무실 누워서 TV를 보고 놀고있었다. 점호시간이 다될 무렵이 되어서야 군기교육대 아저씨들이 들어오는거 같았다. 청소시간에 우리중대 고참들과 마주칠까봐 군기교육대 인원들이 있는쪽 막사 밖으로 가서 담배를 피고 있는데, 내무실에서 좀비가 나에게 기어온다.
'아저씨~! 담배 하나만 줘요~! 스윽스윽~!'
'깜짝이야~! 놀랬잖아요~! 우와 아저씨 얼굴 익은거 봐~! ㄷㄷㄷ 자요 얼른펴요~!'
'후우~! 말년에 이 무슨 개고생이야~!'
'아저씨 뭐땜에 왔는데요?'
'아 저요? 상황보면서 족발 시켜먹다가 걸렸어요! ㅋㅋㅋ'
다음날 아침이 밝았다. 연병장에는 중대마다 아침점호가 시작되었다. 저멀리 5중대에서 우리중대원들도 점호를 취하고 있다. 우리는 당연히 아침구보 안뛴다! ㅋㅋㅋ
그러나 우리 옆에 위치한 군기교육대 아저씨들. 아침부터 완전군장차림으로 위풍당당하게 서있다. 아... 진짜 불쌍하다! 나는 그때 다짐했다. 절대 군기교육대는 가지말자고...
아침을 먹는둥 바는둥, PX에 가서 냉동을 신나게 돌려먹고, 내무실에서 영화를 봤다. 오후가 되자 태양은 더욱 뜨거워졌고, 내무실에서 선풍기 바람을 쐬며 나른한 오침을 취했다. 얼마나 잤을까? 인솔 간부가 연대 수송부 목욕탕에 샤워준비가 되어있으니 다들 목욕하러 갈 채비를 하란다.
세면백을 들고, 오랫만에 제대로 된 목욕탕에서 샤워를 하는구나~ 즐거운 마음에 위병소를 나섰다. 수송부까지는 우리 대대 아침구보 코스이다. 옆으로는 용호정 호수가 태양에 비쳐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고, 아름드리 나무가 제공해주는 그늘사이로는 선선한 바람이 불고 있었다.
동기들과 왁자지껄거리며 오순도순 걸어가고 있는데, 뒤에서 호루라기 소리가 들린다. 그리고 무거운 군홧발소리가 들린다.
착착착!
뒤를 돌아보는 순간 우린 모두 경악했다.
당시 사진이 없어서 그나마 비슷한 사진을 공수해왔는데, 무더운 여름 그들은 완전군장에 방독면을 착용하고 뽀얀 먼지를 일으키며 우리를 향해 뛰어오고 있었다.
난 순간, 이 곳이 실미도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곁을 지나치는동안 일동 숙연해졌다. 방독면 안으로는 보이는 그들의 눈빛은 마치 살려달라고 애원하는거 같았다. 멀어져가는 뒷모습을 보니, 이제 영영 못볼꺼 같았다.
그렇게 2박 3일의 일정이 모두 마치고, 사열대 앞에서 퇴소식이 거행되었다. 2박 3일동안 군기 쫘악 빠진 일병들과 새롭게 태어난 군기교육대인원들, 흡사 모르는 사람들이 보면 우리가 병장이고, 그들이 이등병인 줄 알거다. 다만 차이는 퇴소식이 끝나고 각자 중대로 돌아가는 발걸음이, 우리는 완전 도살장으로 가는 소마냥 무거웠고, 군기교육대 인원들은 고향집으로 가는 마냥 경쾌하였다.
중대로 돌아오자마자 고참들이 나를 애타게 부른다.
'어이쿠~! 가츠님 오셨쎄요? 이야 2박 3일 놀고먹더니 얼굴터지겠어요! 박병장님이 우리 가츠님 PX에서 봤다던데 아주 그냥 다리꼬고 주머니에 손넣고 짬뽕면을 맛있게 드시고 계셔서 간부줄 알고 인사할 뻔 했다지~! 머예요~! 부끄러워서 그냥 모른체하고 오셨데요~! 이기자! 가츠일병님~! 웰컴투입니다 이 XXX아~!'
ㅅㅂ.... 여기가 실미도구나...
난 순간, 이 곳이 실미도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곁을 지나치는동안 일동 숙연해졌다. 방독면 안으로는 보이는 그들의 눈빛은 마치 살려달라고 애원하는거 같았다. 멀어져가는 뒷모습을 보니, 이제 영영 못볼꺼 같았다.
그렇게 2박 3일의 일정이 모두 마치고, 사열대 앞에서 퇴소식이 거행되었다. 2박 3일동안 군기 쫘악 빠진 일병들과 새롭게 태어난 군기교육대인원들, 흡사 모르는 사람들이 보면 우리가 병장이고, 그들이 이등병인 줄 알거다. 다만 차이는 퇴소식이 끝나고 각자 중대로 돌아가는 발걸음이, 우리는 완전 도살장으로 가는 소마냥 무거웠고, 군기교육대 인원들은 고향집으로 가는 마냥 경쾌하였다.
중대로 돌아오자마자 고참들이 나를 애타게 부른다.
'어이쿠~! 가츠님 오셨쎄요? 이야 2박 3일 놀고먹더니 얼굴터지겠어요! 박병장님이 우리 가츠님 PX에서 봤다던데 아주 그냥 다리꼬고 주머니에 손넣고 짬뽕면을 맛있게 드시고 계셔서 간부줄 알고 인사할 뻔 했다지~! 머예요~! 부끄러워서 그냥 모른체하고 오셨데요~! 이기자! 가츠일병님~! 웰컴투입니다 이 XXX아~!'
ㅅㅂ.... 여기가 실미도구나...
반응형
'가츠의 군대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가츠의 군대이야기, 경계파견 上편 (148) | 2009.05.21 |
---|---|
가츠의 군대이야기, 당직사령 (130) | 2009.05.20 |
가츠의 군대이야기, 전역신고 (156) | 2009.05.18 |
가츠의 군대이야기, 중대창고 (118) | 2009.05.16 |
가츠의 군대이야기, MOT (117) | 2009.05.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