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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시간 방독면 구보에 대해서 이야기했는데, 예비역 선배님들의 파란만장한 방독면 구보가 댓글로 쇄도하였습니다. 읽으면서 제가 한 군생활은 참 소박했다는 사실에 안도하였습니다. ^^*
오늘 저희 소대가 중봉ASP를 떠나기 전날 있었던 이야기입니다. 언제나처럼 시간적 순서에 따라 전개되지 않으며, 그때그때 기억나는 사건을 재구성하여 작성하고 있습니다. 고로 예전 글을 안 읽으시고 바로 보셔도 무방합니다. 시간적 여유가 있으신 분들은 윗부분에 위치한 지난 글보기를 이용해주세요!
오늘 저희 소대가 중봉ASP를 떠나기 전날 있었던 이야기입니다. 언제나처럼 시간적 순서에 따라 전개되지 않으며, 그때그때 기억나는 사건을 재구성하여 작성하고 있습니다. 고로 예전 글을 안 읽으시고 바로 보셔도 무방합니다. 시간적 여유가 있으신 분들은 윗부분에 위치한 지난 글보기를 이용해주세요!
때는 바야흐로 06년 3월 19일, 가츠군은 소대 중추신경, 날아댕기는 짬팀인 상병 3개월 때이다. 전에도 이야기했지만 가츠군은 군번이 잘 풀린 편에 속한다. 소대 고참으로는 1개월 선임 2명, 2개월 선임 1명, 그리고 6개월이상 차이나는 선임들이었다. 고로 선임 3명만 잘 구워삶으면 소대에서 나를 터치할 사람이 없는 것이다.
이미 가츠군의 주특기인 샤바샤바로 1개월 고참 2명은 이등병때부터 포섭에 성공하였고, 일병때부터는 친구처럼 지내는 사이였다. 2개월 고참은 내무생활 전방위적으로 폐급이라 그냥 없는 고참이었다. 아직 군대 안간 사람들은 진짜 일, 이등병때 열심히 하라고 당부하고싶다. 나중에 고참 대우도 못받고 서러워질 수가 있으니 말이다.
어차피 밥 안될때는 잘해도 힘들고, 못하면 더 힘들다. 하지만 잘해놓으면 나중에는 그만큼 돌아온다. 어차피 힘든거 기왕이면 이 악물고, 참고 버티면서 인정받는게 훨씬 낫다.
당시 우리중대는 2달간의 경계파견을 나가기 전날이었다. 27사단은 예비사단으로서 전방에서 1년내내 죽어라 훈련만 하는 부대이다. 최전방의 경우는 GOP라는 확실한 쉼터가 보장되지만, 예비사단은 그런게 없다. 하지만 2년에 한번정도, 운 좋으면 2번 갈 수 있는 ASP경계파견이 있다.
비록, 기간은 2개월여 밖에 안되지만 파견을 가게되면 정말 행복하다. 실상 따지고 보면, 일반적인 널널한 부대에 비하면 빡센거는 매한가지다. 하루 최소 6-8시간의 근무를 서야되고 재수없으면 10시간도 설 수 있다. 또한, 교육훈련도 받고, 체력단련도 한다. 하지만 그래도, 주둔지에서 생활하는 것보다 훨씬 편하다. 우리 부대원들은 정말 ASP파견을 기다리면서 군생활 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한 개 소대는 중봉 꼭대기로 파견간다. 우리 소대가 그 곳으로 간다. 거긴, ASP보다 더 좋다. 일단 소대장, 부소대장님이랑 생활하니 얼마나 편한가? 자고로 간부의 수에 따라 병사들의 행복도가 판가름난다.
경계파견은 나중에 좀더 자세히 이야기하기로 하고, 파견을 가면 기본적으로 외출,외박이 불가능하므로 미리미리 외박을 나갔다 와야된다. 그렇게 18,19일 주말간 소대 병장층이 외박을 나갔다. 그리고 말년병장들은 말년휴가를 나간상태이고, 또다른 병장은 분교대 파견중이었고, 여차여차해서 결국 소대에서는 아까 언급한 나의 2개월 고참이 왕고인 상태였다.
하지만 그는 힘이 없고, 결국 1개월 고참 2명이 실질적인 왕고였고, 나는 투고였다. 하하하! 완전 좋다! 마치 6개월후의 소대 분위기를 미리 체험하는 것 같다. 소대 침상을 뛰어댕기고 리모컨을 손에 꼬옥 쥐고, 보고 싶은 채널을 골라보았다. 토요일 점심, 저녁은 당당하게 결식해주고 내무실에서 뽀글이를 먹었다.
하하하~! 완전 좋아~! 내 세상이다~! 그리고 점호시간이 다가왔다. 마침 그주는 우리분대장이 선임분대장이었는데 없다. 부분대장은 한달선임인 김상병이었는데, 군종병이라 야간종교행사를 갔다가 아직 복귀 안했다. 고로 내가, 가츠가 처음으로 점호 보고를 하게되었다.
하하하~! 얼마나 감격적인 순간인가? 지난 15개월간 점호시간때마다 각잡고 앉아서 번호만 크게 외치던 내가 처음으로 보고를 하게되다니! 내심 걱정도 되어서, 청소시간에 막사 뒤에서 혼자 연습도 했다. 폼나게 뒤로돌기 위해서 뒤로 도는것을 연습하고 있는데, 아나 후임이 봤다! ㅋㅋㅋ
'아아아 가츠상병님~! 지금 연습하고 있습니까? 앜ㅋㅋㅋ 이런 모습 처음이야~! 안어울리는데 말입니다~!'
21시, 소대 중앙문은 모두 오픈되었고, 각 소대 선임분대장들은 내무실 정중앙에 위치하고있다. 앞에는 2소대 선임분대장이 보이고, 그앞에는 행정반에서 당직사관이 보인다. 당직병의 힘찬 보고와 함께 저녁점호가 시작되었다.
당직사관은 바로 우리 소대쪽으로 온다.
'소대 차렷~! 보고오~!'
'보고~!'
'이기자아~!'
'이기자~!
'제 3소대 저녁점호 인원보고, 총원 28, 열외 11 열외내용 휴가 4 외박 3 파견 1 근무 2 종교행사 1명을 제외한 17명 저녁점호 준비 끝~!'
'쉬어'
'쉬어'
하하~! 그렇게 나의 첫 보고는 무사히 끝났다. 당직사관은 주말이다보니 센스있게 TV연등도 23시까지 시켜주었다. 외박간 분대장자리를 떡하니 차지하고는 신나게 TV를 보고 고참들이랑 노가리까다가 밤늦게 잠이 들었다. 하지만 새벽에 외곽근무가 있어서 2시쯤에 일어나서 근무나갔다가 5시쯤에 다시 잠이 들었다.
주말에는 7시에 기상한다. 지난 밤에 근무탓인가? 소대에 고참이 없어서 마음이 너무 편했나? 불침번의 기상하십시오! 목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그렇게 몇초나 흘렀을까? 누가 갑자기 덮고 있던 침낭을 확 제낀다. 난 의레 후임이 깨우는 줄 알았다.
'음냐.. 알았어~! 쩝~! 일어난다규....쿨쿨~!'
그렇게 비몽사몽 상태로 뒤척이고 있었는데, 소대가 너무 조용하다! 뭐지? 그제서야 뭔가 잘못돌아가고 있다는 것을 느낀 나는 살며시 눈을 떴다. 허공에서 나를 빤히 쳐다보고있는 사람이 있었다. 그의 왼팔에는 노란 완장이 보였다. 머야~! 당직병인가? 음냐.. 헉!!!!!!!! 빨간 줄이다 자그마치 1개도 아니고 2개도 아니고 3개도아니고 4개다! 4개! ㄷㄷㄷ
'너 뭐냐?'
'상벼어엉 가아츠으!'
영화에서보면 무술 고수들이 손 안짚고 누워있다가 벌떡 일어나지 않는가? 난 손짚고 그거보다 몇 배는 빨리 일어났다 ㅋㅋㅋ
'헐~! 상병이세요? 난 또 오늘 전역자인줄 알았네~!
그렇게 내 이름을 적어갔다. 총 맞은거처럼... 난 일요일 아침부터 멍했다. 교육장교! 사악한 놈! 아까 새벽에 근무 투입할때는 지통실에서 쳐자고 있드만, 이런식으로 기습공격한다 이거지 흑흑.
우리 중대가 대대지통실에서 제일 가깝다. 그리고 우리 소대 바깥출입문이 다이렉트로 오는 길이고, 7시 땡하자마자 순찰돌러 온 것이다. 근데 웃긴건, 내가 처음으로 걸렸는데 반대쪽 내무실 포반에서도 2명이나 더 걸렸다! 그것도 상병으로 ㅋㅋㅋ
그렇게 아침점호를 취하고, 아침을 먹고 중대로 올라왔는데 연락이 왔다. 완전군장으로 대대지통실로 오라는 것이다. 나처럼 운이 없는 놈이 있을까? 지난 15개월동안 한번도 이런적이 없는데 방금 딱 한번 그런건데, 한번도 안올라오던 당직사령이 올라와서 나를 낚아채다니... 현실을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역시나 우리 중대만 3명 딱 걸렸다. 하긴 다른 중대는 가봤자 이미 다 일어나겠지! 당직사령은 퇴근준비를 하면서 후번 당직사령에게 인수인계를 하고 있었다. 후번 당직사령은 전 우리 중대장님이신 군수장교님이셨다. 누누이 말했던, 특전사 출신의 불같은 성격, 엄정화보다 어린데, 삼촌같은 외모! 동원예비군마저 무장공비처럼 완벽하게 안면위장시킨 장본인 ㅜㅜ 아니나 다를까?
'야이 XXX들! 요즘 편하지? 오늘 한번 죽어보자! 8중대 축구골대 선착순~!'
대략 왕복 300미터정도 되겠다. 후다닥!
'8중대 농구골대'
후다닥~!
'8중대 사열대'
아나~! 이 인간~! 축구골대, 농구골대, 사열대 다 거기서 거긴데! 왜 할때마다 다르게 말하는거야! 우리 뛰는거 보면서 다음 찍고올꺼 생각하고 있는건가? 지겹지 말라고 배려해주는건가?
그렇게 완전군장매고 끊임없이 전력질주했다. 심장이 터질꺼 같다! 그런 우리를 보더니 연병장 돌라고 하시더니 들어가셨다.
상병 셋이서 사이좋게 연병장을 돌고있었다. 문득 오후에 돌아올 병장들이 생각났다. 이거 상병달고 지대로 개갈굼 당하는게 생겼는데? 안그래도 내일 파견때문에 복귀시간이 당초 20시에서 16시로 앞당겨진 상태다. 복귀시간때문에 기분도 꿀꿀할텐데 괜히 내가 희생양이 되는거 아닐까? ㄷㄷㄷ
'김상병님~! 근데 저야 그렇다치고, 포반까지 갈동안 안일어나시고 뭐하셨습니까? ㅋㅋㅋ'
'아나~! 니 동기 이색히들 나 X되보라고 일부러 안 깨운거 같애~! 1월 군번 하나같이 맘에 안들어!'
'헐~! 저는 빼주시십오! 김상병님 생각해서 지금 같이 돌고 있지 않습니까? ㅋㅋㅋ'
점심시간까지 내리 돌고, 우리를 불렀다. 내일 파견때문에 오후에는 물동량을 실어야되므로 아쉽지만 그냥 우리를 풀어주었다. 이제 군장도 돌았고, 오후에 복귀하는 병장층만 잘 마무리 하면 될텐데...
점심을 먹자마자 완전 열심히 물동량 준비를 하였다. 이런 나를 보며 후임들은 가식적인 놈이라는 눈빛을 날리고 있었다. 이것들이 안그래도 우울한데!
'야 윤일병~! 눈빛이 영 시원찮다?'
'아닙니다 가츠상병님~! 항상 솔선수범하셔서 열심히 일하시는 가츠상병님을 보며 존경, 또 존경! 정말 어떻게하면 본받을 수 있을까?를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이색히도 참~! 내 직속 아니랄까봐 샤바샤바 하나는 탁월하군! 그렇게 본격적으로 육공에다가 물동량을 싣고있는데 병장층들이 복귀하고 있다. 나 완전 열심히 했다. 마치 이등병처럼~! 특히 우리 분대장앞에서 완전 뛰어다니면서 ㅋㅋㅋ
이런 나의 모습에 반했는지 별말이 없다. 고참들이 사온 간식을 먹으면서 이등병때부터 꿈꿔온 중봉파견 D-1 이었다. 그날 밤 점호를 취하고 잘려는데, 대뜸 분대장이 우리에게 말한다.
'야 2분대, 내일 아침에 기상할때 가츠 저색히 일어난 뒤에 나 깨워라~! 쪽팔리게 가츠보다 먼저 일어나면 안되니깐~! 진짜 내일 중봉만 안가면 저거 안재우는건데. 가츠야 중봉이 널 살렸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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