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방에 차려포!"
오늘 찾아간 곳은 전군 최고의 화력과 기동력을 자랑하는 육군 제 20기계화보병사단이다. 사실 이날 30도가 훌쩍 넘는 무더위로 인해 촬영 내내 무척 힘들었지만 나보다 훨씬 무거운 장비를 들고 종일 뛰어 다니는 장병들을 보고 애써 힘을 내었다.
그들의 주력 화기는 81mm 박격포이다. 하지만 기계화보병사단답게 K-281 장갑차에 탑재된 채로 운용되고 있다. 일반적인 K-200 장갑차와는 달리 상부 해치가 원형으로 개폐되며 차량이 움직일 수 없을 때를 대비해 측면에 박격포판을 추가로 매달아 놓을 수 있어 뛰어난 기동성과 화력을 자랑하는 우리 군의 주력 장갑차계열이다. 참고로 4.2인치 박격포를 탑재한 장갑차는 K-242라고 부른다.
조포훈련은 쉽게 말해 박격포 사격훈련이다. 박격포는 곡사화기이기 때문에 직접 조준하는 장치가 따로 없다.
단 땅에 박은 겨냥대를 통해 전방 목표 방향에 정확한 편각과 사각을 박격포탄이 올바른 탄도로 날아갈 수 있게 조준하는 훈련이다.
동영상만 보아도 결코 만만치 않은 훈련임을 느낄 수 있다. 물론 한 두번만 하고 끝나면 할만 하겠지만 아쉽게도 상황에 따라
수십번 반복하고 또 반복해야 한다.
그만큼 박격포 사격은 신속 정확한 조준만이 살 길이기 때문이다. 만약 잘못된 방향으로 사격이 된다면 아군이나 민간인의 피해가 야기될 것이고 조준을 하느라 시간이 지체된다면 사정없이 적의 박격포 공격에 당하게 된다.
"오늘 저녁은 뭐야?"
"말 시키지 마십시오!"
"오호! 제법이군! 흔들리지 않아!"
"............."
조포훈련이 끝날 무렵 긴급 무전이 들어왔다. 병사들은 신속히 장갑차에 탑승하고는 뽀얀 먼지를 휘날리며 작전지역으로 출동하였다. 이른바 국지도발 대비훈련이다. 국지도발은 전면전과는 달리 산간지방이나 도시의 소규모 전투 상황으로 보다 쉽게 설명하자면 무장 공비 침투나 게릴라전을 생각하면 되겠다.
신속히 현장으로 출동한 병력들은 포반장의 명령하달에 이어 주요 방어 거점을 차례 차례 수색하며 혹시 모를 적의 침투를 철저하게 대비하였다.
"현 시간부로 모든 훈련상황 종료!"
"와우! 드디어 끝났구나!"
모든 훈련이 종료되었다는 무전에 가장 기쁜 사람은 다름아닌 나였다. 간만에 병사들과 함께 뛰어다니고 산을 타니 제대로 낙오할 뻔
하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결전부대 용사들은 전혀 지칙 내색없이 묵묵히 철수 준비를 하며 보람찬 하루의 일과를 마무리하였다.
평소 같으면 여기서 나의 취재도 끝나겠지만 오늘은 달랐다. 지금까지 빡센 훈련 현장을 살펴 보았다면 이제 육군 20사단이 자랑하는 자율병영생활관 제도를 체험할 차례이다.
"계급별로 같은 생활관을 사용하는 거랍니다!"
"으응? 그게 가능해?"
"넵! 저희 사단은 이미 예전부터 실시해왔습니다!"
"일과를 마치고 생활관에 오면 정말 내 집 같은 기분이예요!"
올해 4월부터 육군 20사단 전 부대에서 실시 중인 사율병영생활관 제도의 기본 개념은 아침점호에서부터 일과시간에는 기존처럼
건제단위로 활동을 하고 일과 종료부터 다음날 아침까지의 자율시간에는 동기들끼리 한 생활관을 사용하게 하는 것이다. 또한
자율시간에는 최대한 통제나 지시를 하지 않아 병사들이 자유롭게 지낼 수 있다.
"자율시간 보장으로 보다 다양해진 여가활동!"
그동안 가장 문제시 되었던 내무부조리 또한 미연에 방지할 수 있으며 무엇보다도 먼저 계급별로 생활관을 사용함으로써 상호 지시 및 복종관계의 분위기가 수평적인 동료관계로 인식이 전환되었다.
기존에는 교육일과를 마치고 생활관에 복귀하여도 계급에 따라 선임병의 눈치를 봐야하기 때문에 제대로된 휴식 보장이 어려운 반면 지금은 동기들과 충분한 휴식시간을 가지며 다음 날 일과에 대한 집중력을 더욱 강화할 수 있게 되었다.
"솔직히 말해봐! 지금 취재왔다고 연출하는 거 아냐?"
"아닙니다! 진짜 평소 모습 그대로입니다!"
각 생활관을 돌아다니며 병사들이 휴식을 취하고 있는 모습을 낱낱히 살펴 보았다. 나 역시 육군 예비역이기에 누구보다도 그들의
평소 생활모습을 잘 알고 있다고 자부하였으나 자율병영생활관이 운영되고 있는 결전부대는 차원이 달랐다. 일이등병들이 생활하고 있는
모습을 보니 다들 한결같이 표정이 밝고 자유분방스러웠다. 물론 그렇다고 군기가 빠져 있는 것은 절대 아니었다.
"기본이 갖추어 진 상태에서 시행되는 자율병영생활관!"
사실 이 제도를 두고 주변에서 바라보는 시선은 제각각이다. 제 아무리 신바람나는 병영이라지만 군대의 가장 기본인 전투준비측면과
선후임과의 전우애 등 다양한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결전부대는 부대는 출동준비태세 집중숙달기간을 선정하여
반복숙달하고 평가에 합격시 정상적으로 자율병영생활관을 시행하게 했다. 5분 전투대기부대 또한 별도의 생활관에서 24시간 상시
건제를 유지하고 있다. 또한 자신의 임무를 제대로 알지 못하는 신병들을 위해 일일 교육훈련 안내와 멘토 제도를 통해 실시예정인
교육에 대해 상세히 알려주고 각 훈련마다 복장, 구비품목 등 준비사항을 체크리스트로 만들어 누구나 그것을 보면서 꼼꼼히 챙길 수
있도록 했다.
기존에는 선후임병이 한 생활관에서
생활하면서 대화를 통해 자연스럽게 선임병의 경험이나 노하우를 전수하는 장점이 있었다. 자율병영생활관 제도는 이 점을 보완하기
위해서 병사들에 의한 노하우 전수는 근원적으로 차단하지만 월 1회 행동화 수준 유지를 위한 반복훈련을 실시하고 수준저조자에
대해서는 간부 및 멘토의 집중지도를 실시하게 했다.
"군대는 군대다!"
사실 취재에 앞서 나 역시 자율병영생활관 제도에 대해 상당히 부정적인 시각이었다. 하지만 현장에서 직접 병사들을 만나고 지휘관의 의견을 들어보니 결국에는 우리 군이 나아가야 할 방향이 아닌가 싶다. 무엇보다도 취재하는 내내 만난 병사들의 표정에서 자율병영생활관의 미래가 보였다.
힘든 교육훈련을 마치고 두 다리 뻗고 편히 쉴 수 있는 공간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병사들은 무척 만족해 하였다. 특히 선임병들은 제도 시행 초반에는 불만이 많았지만 지금에 와서는 오히려 더 편하다고 하였다. 물론 그렇다고 후임들을 아예 무시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 제 아무리 제도가 그들을 갈라(?) 놓는다고 하여도 그들은 같은 군복을 입은 전우이기 때문이다. 부족한 부분은 일과시간에 성심성의껏 알려주고 후임들 역시 선임들을 잘 따르며 서로 존중할 수 아는 멋진 결전부대 용사들이었다.
끝으로 결전부대는 앞으로도 선진병영문화 정착을 통한 창끝 부대 전투력 증진에 더욱 진력하겠다며 강한 포부를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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