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문의 신을 모시는 다자이후 텐만궁!"
신년에는 신사에 가서 참배를 하고 결혼은 교회나 성당에서 하고 장례는 사찰에서 할 정도로 일본인들에게 있어 종교는 절대 신앙이 아니라 복합적인 성격을 띄고 있다. 자신의 상황과 환경에 따라 적절하게 이용하고 있는 셈이다. 어쩌면 종교에서부터 일본인 특유의 성격이 잘 나타나고 있는듯 하다.
그래서일까? 우리나라에서는 편의점만큼이나 흔하게 만날 수 있는 교회의 십자가는 좀처럼 일본 사회에서 만날 수 없다. 기독교가 추구하는 유일신 신앙과 근대적 개인주의 윤리는 분명 일본인들의 정서와는 맞지 않기 때문이다.
대신 신을 숭배하고 제사를 지내는 곳인 신사는 어딜 가도 심심찮게 만날 수 있다. 일본인들에게 신은 세상 모든 것을 의미한다. 심지어 자연물이나 자연현상 또한 신으로 여기는 샤머니즘적 성격을 띄고 있다. 하지만 대체로 성인이나 조상을 가장 많이 숭배한다.
"관광객들로 북적이는 학문의 성지!"
후쿠오카에 도착하여 가장 먼저 찾은 곳은 다자이후텐만구이다. 당대 최고의 시인이자 학자였던 스가와라 미치자네가 살아 생전 머물었던 본전이 위치한 곳으로 지금은 일본의 중요문화재로 지정되어 있다. 특히 스가와라 미치자네의 학문적 능력을 높이 평가한 후세들은 그를 신격화하기에 이르렀고 지금은 학문의 신으로 숭배받고 있다.
지금도 시험철이나 입시철이 되면 그를 참배하기 위해 일본 전역에서 찾아오는 관광객들로 북적인다. 특히 신사 입구에 위치한 소의 동상을 만지면 머리가 좋아진다고 하여 아이들을 데려오는 가족단위의 관광객들이 무척이나 많았다.
"아들! 팍팍 문질러!"
"엄마! 진짜 똑똑지는 거야?"
"그럼! 이제 전교 1등 할거야!
"우와! 그럼 나 이제 공부 안해도 되겠네?"
"아들! 디질랜드!"
"우리 아들의 재능을 키워주세요!"
신사로 들어가기에 앞서 우측에 마련된 약수터에서 손을 씻었다. 우리나라의 약수터와는 달리 마시는 것이 아니라 가볍게 가글을 하거나 손을 씻으며 몸 속에 쌓여있는 부정을 씻겨내는 것이다. 나는 그 사실도 모른 채 연거푸 2번이나 약수물을 원샷하였다.
"소원을 말해봐!"
한 켠에서는 참배객들의 소원이 적힌 나무판들이 빼곡히 걸려 있었다. 이 밖에도 덕담이 담긴 부적같은 종이를 구입할 수도 있다. 물론 구입 금액은 신사이다 보니 철저하게 셀프였다. 마침 함께 있던 촬영 감독님께서 나에게 100엔을 쥐어 주시며 부적을 구입하라고 하였다.
"어디 한번 보자!"
냉큼 100엔을 기부함에 넣고는 유리 상자 안에 들어있는 가득 들어있는 부적들 중에서 한 장을 골랐다. 조심스레 펼쳐보니 노란색 부적에는 일본어로 빼곡히 좋은 말(?)들이 적혀 있었지만 안타깝게도 나는 해석할 수 없었다.
"야메차와 우메가에 모찌!"
신사를 나와 거리 촬영을 하던 도중, 인상 좋으신 아주머니께서 고생하신다며 맛있는 떡과 차를 대접해주었다. 알고보니 일본 전국 차 품평회에서 10년 연속 1위를 차지한 야메차와 학문의 신인 스가와라 미치자네가 투병 중에 즐겨 먹었다는 우메가에 모찌였다.
"둘이 먹다가 둘 다 죽을 맛!"
달콤하면서도 감칠맛 나는 강한 향의 야메차와 찹쌀가루, 쌀가루를 반죽하여 얋게 피를 만들어 그 속에 팥앙금을 넣고 구운 우메가에 모찌는 쫀득쫀득한 외피와 달콤한 팥앙금의 조화가 무척이나 절묘하였다.
사실 볼거리라고는 딱히 신사 밖에 없는 다자이후,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년 수많은 관광객과 참배객들이 찾는 이유가 무엇일까? 그것은 아마 누구나 자신과 가족의 성공을 기원하고 걱정하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항상 건강하고 좋은 일만 가득하였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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