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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나게 달리던 고속버스가 잠시 휴게소에 정차하였다. 어느덧 시간은 새벽 3시를 향해 가고 있었다. 막차시간까지 출판사 식구들과 함께 신나게 소주잔을 기울였다. 너무 많이 마신 탓일까? 아직도 어질어질 하였다. 잠깐 바람이나 쐴겸, 버스에서 내렸다. 휴게소에는 새벽녘 겨울바람이 을씨년스럽게 불고 있었다.
나는 불이 켜진 스낵코너를 향해 걸어 갔다. 새벽이라 그런지 휴게소는 무척이나 한산하였다. 걸어가는 길에 문득 출판사 대표님과 한 내기가 생각났다. 내기의 내용은 공개하기 곤란하지만, 벌칙은 다음과 같았다.
"지는 사람은 악랄가츠의 군대이야기 100권 들고, 가장 추운 날에 102보충대 앞에서 팔기!"
코트를 향해 파고드는 바람을 온 몸으로 맞으니, 절대 지면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서 책을 파는 거는 둘째치고, 하루종일 추운 날 서 있는 것은 정말 못할 짓이다.
"먹음직스럽군!"
스낵코너에는 따뜻한 어묵이 나를 반겨주었다. 어묵 국물을 마시며 어묵을 한 입 베어 물었다. 뜨거운 어묵은 입을 지나 목을 거쳐 가슴으로 내려갔다. 그제서야 몸에 온기가 느껴졌다. 그렇게 하염없이 어묵을 먹기만 하였다. 넓은 휴게소에는 나와 같은 버스를 타고 온 손님들 밖에 없었다.
다들 나처럼 홀로 탑승하였기에, 일행이 없었다. 그들의 뒷모습을 보니, 무척이나 쓸쓸해보였다. 아마 저들도 나를 보며 같은 생각을 할 것이다. 온 몸에 퍼진 알콜 기운 탓일까? 나는 애써 밝은 표정을 지어 볼려고 하였지만, 좀처럼 쉽지 않았다.
"오늘밤은 무척이나 서정적이구나!"
어묵을 다 먹은 나는 담배 한개비를 살며시 입에 물었다. 불을 붙이기 위해 라이터를 켰지만, 강한 바람 때문에 쉽사리 불이 켜지기 않았다. 코트를 들어올려 얼굴을 가리고는 겨우 담배에 불을 붙일 수 있었다. 깊게 한 모금을 빨아들이고는 허공을 향해 연기를 내뿜었다.
뿌연 담배연기는 바람에 뒤섞여 순식간에 저 멀리 날아가버렸다. 아주 멀리 멀리 말이다. 이유도 없이 괜시리 기분이 울적하였다. 이럴 때는 빨리 잠을 자는 게 최고였다. 버스로 돌아 온 나는 다시 집으로 가는 내내 잠만 잤다.
며칠만에 돌아 온 집이다. 현관문을 열고 짐을 들고는 방으로 들어갔다. 바닥에서는 정체불명의 택배상자가 놓여져 있었다. 최근에 주문한 물건도 없는데, 나는 정체가 궁금하여 보낸 사람부터 확인하였다.
"진OO?"
분명히 낯익은 이름이다. 곧 나의 머릿속에서는 그녀가 누군지 기억해내었다. 하지만 그녀가 나에게 택배를 보낼 일이 없을텐데, 내용물이 무척이나 궁금하였다. 그러나 아직 옷도 갈아 입지 않았기에, 궁금증을 잠시 참기로 하였다. 잽싸게 옷을 갈아 입고, 짐을 정리하였다. 씻으면서 내용물이 무엇일까? 열심히 상상해보았지만, 도저히 알 수 없었다.
모든 준비를 마치고, 상자를 가지고 거실로 나왔다. 그리고는 상자를 들고는 요리조리 살펴보았다. 행여 백색가루가 흘러나오지는 않을까? 전선이 연결되어 있지는 않나? 꼼꼼하게 살펴보았지만, 별다른 특이점은 발견되지 않았다. 그제서야 안심을 하고, 조심스레 개봉하였다.
"이...이건 빼빼로다!"
상자 안에서는 뜻밖의 내용물이 나왔다. 빼빼로와 보라색 상자, 그리고 작은 쪽지가 들어 있었다. 그러고보니 어제는 내가 쓴 책의 공식 발행일이기도 하지만, 빼빼로데이기도 하였다. 그제서야 휴게소에서의 씁쓸한 느낌의 정체를 알 수 있었다. 빼빼로데이에 빼빼로를 먹지 못하였기에 나도 모르게 슬퍼하였는게 아닌가 싶다.
눈 앞에 놓인 빼빼로를 보자, 그제서야 자연스런 미소를 지을 수 있었다. 문득 보라색 상자에는 무엇이 들어 있을까? 궁금하였다.
"이 사람! 데코가 뭔지 알어!"
보라색 상자에는 형형색색의 캔디와 초코렛이 나의 눈을 즐겁게 해주었다. 이순간, 선물을 보내 준 그녀는 지금 안방에서 주무시고 계시는 어머니와 동급이 되었다. 나는 먹을 것을 주는 사람이 제일 좋기 때문이다.
"남자가 준다면?"
일단 먹으면서 생각해보자. 나는 상자 안에 들어있는 초콜릿을 하나 집어서는 입 속에 넣었다. 달콤한 초콜릿이 혀를 자극하기 시작하였고, 온 몸의 세포가 행복한 비명을 지르기 시작하였다. 행복한 기분을 만끽하며 옆에 놓여진 쪽지를 펼쳐보았다.
쪽지에는 정성스레 작성한 손글씨가 적혀 있었다. 외모만큼이나 글씨체도 무척이나 예뻤다. 외모는 어떻게 아냐고? 원래 먹을 거 주는 사람은 무조건 예쁘다. 그것은 불변의 진리다!
빼빼로데이를 외롭게 보낼 나를 걱정하여 보내주신 진달래냥의 마음씨가 고스란히 전해졌다. 블로그를 운영하지 않았다면, 진달래냥의 따뜻한 선물을 받지 못했겠지? 새삼 블로거가 된 내 자신이 너무 뿌듯하였고, 진달래냥의 마음씨가 너무 고마웠다.
잘 키운 블로그 하나, 열 여친 안부럽다!
추천 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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