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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치 못한 큰 행사에 잔뜩 긴장하였지만, 이미 주사위는 던져졌다. 나는 용기를 내어 프레스센터 건물로 들어갔다. 그러고보니 생전 처음 와보는 곳이다. 로비에는 많은 사람들이 있었고, 다들 분주해보였다. 나는 신기하여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눌리기에 여념이 없었다.
"맞다! 좀 있으면 점심시간이구나!"
더이상 구경할 시간이 없었다. 나는 오늘의 경기장인 19층 기자회견장으로 발길을 재촉하였다. 출발하기 전, 문화체육관광부의 최사무관님께서 도착하면 연락을 하라고 하였다. 행사장 입구에서 조심스레 전화를 하니, 곧 짠하고 나타나시더니, 반갑게 나를 맞이하여 주셨다.
"안녕하세요! 가츠예요!"
"반가워요 가츠님! 이거 받으세요! 식권도 같이 들어있어요!"
친절한 최사무관님은 안내데스크에서 손수 나의 명찰을 가져다 주셨다. 그리고는 같이 행사장 안으로 들어갔다. 이미 점심시간이 다 되었기에, 오전 일정은 막바지에 이르렀다. 평소 1박 2일을 자주 시청하는 나로서는 이명한 PD를 만나고 싶었으나, 이미 강연을 하시고는 떠나셨다. 아쉽긴 하였지만, 그래도 남자였기에 크게 슬프지는 않았다. 만약 이효리나 유이였다면, 아마 대성통곡을 하였지 않았을까?
그나저나 행사장 안에는 많은 분들이 진지한 표정으로 강연을 듣고 계셨다. 문득, 잠시후 이곳에서 나도 발표를 해야 한다는 사실에 떨리기 시작하였다. 생각보다 많은 분들께서 참석하였다. 혹시 아는 사람이 있나 열심히 둘러보았지만, 다행히 아무도 없었다.
"그래 차라리 아무도 모르는게 나아!"
아는 분이 있다면, 오히려 더 긴장할 것만 같았다. 잠시 후 오전 일정이 모두 끝났고, 점심식사를 위해 자리를 이동하였다. 나는 최사무관님을 졸졸 따라다녔다. 건너편 매화홀에서 점심식사가 준비되어 있었다. 메뉴는 비빔밥이었다. 둥근 원형 테이블에 자리를 잡고 앉으니 최사무관님은 일행들 나를 소개시켜 주었다.
"이 분은 군대이야기를 연재하고 계시는 악랄가츠예요!"
"안녕하세요 악랄가츠입니다!"
"오호! 당신이 악랄가츠이군요!"
"악...악랄가츠다!"
여기서 문득 느낀 점은, 문화체육관광부는 외모를 보고 직원을 뽑는다는 사실이다. 하나같이 빼어난 미모를 자랑하시는 여성분들께서 나를 알아봐주셔서 무척이나 영광스러웠다. 한분 한분 인사를 하며, 대화를 나누고는 열심히 비빔밥을 비벼서 먹었다. 다들 블로그를 운영하시거나 미디어 홍보쪽에서 근무하시는 분들이기에, 자연스레 블로그에 관한 이야기가 주를 이루었다.
"가츠님! 블로그 노하우 좀 알려주세요!"
"어차피 이따가 발표하실텐데 뭐! 그때 들으면 된다능!"
"그렇구나! 녹음이라도 해야되나!"
"녹화해야지 녹화!"
이거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다. 나의 발표를 무척이나 기대하고 계시는 거 같았다. 나는 참가하는데 의의를 두고 있는데 말이다. 이제 배도 부르겠다. 그냥 이대로 조용히 집으로 돌아갈까? 많은 생각들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이미 준비해온 발표내용은 잊어먹은지 오래다. 그냥 편하게 발표자료를 보면서 읽을려고 생각하였기에, 딱히 연습도 하지 않았다.
점심시간이 끝나고, 바로 오후일정이 시작되었다. 첫 타임은 이미 블로그계에서는 모를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하신 블로거팁닷컴의 운영자이신 장두현님의 강연이 시작되었다. 남자가 봐도 호감형인 그는 블로그를 활용한 다양한 마케팅 기법에 대한 주제로 강연을 해주셨다.
전업 블로거이신 그였기에, 내공부터가 달랐다. 게다가 간간이 나오는 위트있는 멘트로 인해, 시간가는 줄도 모르고 재밌게 들었다. 역시 나는 듣는게 좋았다. 정말 열심히 들을 수 있는데 말이다.
그의 명강이 끝나고 바로 이어지는 강연자는 대한민국 벤처기업계의 살아있는 전설, 현 드림위즈 대표이신 이찬진님이었다. 그가 개발한 아래아 한글을 열심히 두들기며 학창시절을 보낸 나로서는 무척이나 떨리는 순간이었다. 아니 많은 분들께서 나와 같은 심정으로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역시 남다르신 대표님은 아이팟을 가지고 오셨다. 아이폰일 수도 있다. 여튼 아이팟을 연결하시고는 트위터에 대한 강의을 해주셨다. 게다가 노트북으로는 인터넷 생중계를 같이 하셨다. 대표님만 보아도 신기한데, 온갖 신기한 아이템으로 나의 눈을 즐겁게 해주었다. 인터넷 생중계로 그를 지켜보던 누리꾼들이 오늘따라 유난히 뚱뚱해보인다는 글을 트위터에 연신 올리기 시작하였다. 그러나 그는 쿨하게 웃으며 말하였다.
"괜찮아요! 전 품절남이잖아요! 장가 잘 갔잖아요!"
그랬다! 그는 자타공인 대한민국 최고의 미녀여배우 김희애씨의 남편이다. 정말 같은 남자로서 존경해 하지 않을 수 없다. 개인적으로 그의 연애 이야기도 무척이나 듣고 싶었다. 학창시절, 수업시간에는 50분이 그렇게 안갈 수가 없었는데, 오늘은 듣는 강연마다 1시간이 5분처럼 느껴질 만큼 빨리 지나갔다. 역시 관심있는 것을 공부해야 된다는 말이 새삼 실감났다. 순식간에 그의 강연도 끝났고, 잠시 쉬는 시간을 가졌다.
몇몇분들은 이찬진 대표님에게 다가가서 기념촬영을 해도 되는지 물어보았고, 대표님은 흔쾌히 허락하였다. 당시 나는 몰골이 말이 아니었지만, 두번 다시 없는 절호의 기회였기에 냉큼 다가가서 차례를 기다렸다. 문득 앞선 사람들과 사진을 찍던 대표님이 투덜거리셨다.
"으음! 제 머리가 크니깐 조금 뒤로 가겠습니다!"
대표님은 머리크기가 신경쓰이셨는지, 촬영할 때마다 조금씩 뒤로 물러나셨다. 아마 인터넷 상에서 굴욕사진이 떠돌가봐 주의하시나 보다. 이윽고 내 차례가 되었고, 나는 대표님 옆에 바짝 다가갔다. 대표님은 역시나 나의 머리를 빤히 바라보았다.
"하하! 저 머리 대따 커요! 뒤로 안 가셔도 되요!"
"오...오호! 자네 좋은 두상를 가졌군!"
대표님은 흡족해하시며 나와 나란히 서서는 기념촬영을 마쳤다. 평소 존경하는 대표님과 함께 사진을 찍을 수 있어서 무척이나 기뻤다. 촬영까지 마치고나자, 나의 발표시간이 성큼 다가오고 있었다. 다음 강의는 저작권에 관한 강의가 이어졌다. 이때부터 나도 발료자료를 검토하느라 사진을 찍을 시간이 없었다.
저작권 강의도 금새 끝나고, 사회자는 파워블로그와의 대화 코너를 소개하였다. 드디어 기다리던 내 차례가 온 것이다. 문득, 고민이 생겼다. 발표자료를 보면서 발표를 할려고 하였는데, 지금까지 강연을 하신 강연자분들께서 다들 멋있게 맨 손으로 발표를 하였다.
"왠지 나도 안 보고 해야될 거 같애! 뽀대가 안나!"
결정을 한 나는 프린트 해온 자료는 저 멀리 던져버리고는 조심스레 무대 위로 올라갔다. 인사를 하고는 준비해온 PPT자료를 사용하면서 발표를 하기 시작하였다. 첫 멘트를 마치고 다음 PPT자료를 넘기기 위해 리모컨을 눌렀는데, 반응이 없었다. 한참을 눌렀지만, 화면이 넘어가지 않았다.
다행히 다음 차례이신 김용길 팀장님이 직접 노트북을 눌러주시며 도와주셔서 다시 발표를 시작할 수 있었지만, 이미 나는 멍해지기 시작했다. 준비해온 멘트는 정확히 기억이 나지 않았고, 앞에 앉아 있는 사람들 표정만 보이기 시작하였다. 지난 강의를 들을 때는 진지하게 듣기만 하시던 분들이, 나를 보며 무척이나 흥미롭단듯이 미소를 띄고 계셨다. 이미 몇 분은 함박웃음 짓고 계셨다.
"앜ㅋㅋㅋ 안돼! 한 명만 바라보자!"
나는 중앙에 앉아 있는 아저씨 한 명만 뚫어지라 바라보며 발표를 계속하였다. 이 자리를 빌어 발표내내 부담스럽게 바라보아서 죄송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어색한 표준어를 구사하며 하염없이 준비해온 PPT자료를 보면 설명하였다. 그러나 지금 내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저 등에는 식은땀만 주룩 흐를 뿐이었다. 잠시 숨을 돌릴려고 창 밖을 바라 보았다.
저 멀리 이순신 아저씨가 힘내라며 응원하고 있었다.
덧] 짧은 만남이었지만, 평소 블로그에서만 만나던 분들을 뵙게 되어 무척 반가웠습니다. 다음에는 좀 더 많은 대화도 나누고, 음주가무도 즐겼으면 좋겠네요. 후훗... 다음에 뵙는 그날까지 건강하고 행복하세요!
추천 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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