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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네가 악랄가츠인가?"
"그렇소!"
"여기는 국방부다! 조국이 자네를 필요로 한다!"
"........."
국...국방부라니? 또 무슨 일이 벌어지는 걸까? 며칠전부터 구독자분 중 한 분이 다음 아고라에서 나를 재입대하기 위해 열심히 청원을 하시던데, 설마 그것을 보고 연락을 한 것일까? 아니면 얼마전 책으로 발간된 악랄가츠의 군대이야기가 무슨 문제라도 있는 것일까? 나는 머릿속이 무척이나 혼란스러웠다.
"지난달에 예비군훈련도 다녀왔다구요!!"
"잘 듣기 바람! 현시간부로 특수임무가 부여되었다! 화요일날 비밀리로 서울로 오기 바라네!"
"저는 소총수 출신인데? 그런건 특수부대가 하는거 아닌가요? 그리고 전 빛나는 예비역이라고요!"
"어쩔 수 없다! 이미 조국은 자네를 선택했다네! 이상! 본 전화는 5초후 자동 폭발된다네! 뚜뚜뚜....."
'뭥미? 이 아저씨 위험해! ㄷㄷㄷ'
어차피 화요일부터 서울에 가서 미리 계획된 일정을 소화해야 되었기에, 시간은 괜찮다. 특수임무의 내용은 화요일에 행사가 있는데, 파워블로거와의 대화라는 프로그램에 초대되었다고 하였다. 그나저나 파워블로거라니, 초대를 받고도 무척 어색하였다. 여튼 세부일정은 다시 연락을 준다고 하였기에, 편안한 마음으로 관련 자료를 준비하였다.
요즘에는 군대 뿐만 아니라, 다양한 정부부처에서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었다. 그러나 아직 일반 블로거처럼 소통하는 법이 서툴다보니, 애로사항이 많은 듯 하였다. 이 참에 평소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는 부분들을 토론해보기로 하였다. 꽤나 유용한 시간이 될 듯 같았다.
그나저나 발표도 해야되는데, 발표라? 학창시절 이후로 어디에 나가서 발표를 해본 적이 없었다. 원래 나서기를 좋아하는 성격도 아닌지라, 그저 구경하는 걸로 만족하곤 하였다. 그래도 이것저것 참고자료를 찾아가면서 발표자료를 준비하였다.
주말을 보내고, 월요일 저녁 서울로 가는 버스에 몸을 실었다. 서울에서의 일정이 다소 타이트하게 계획되어 있어서 놀 시간이 부족해보였다. 항상 서울은 놀기 위해 가는 곳인데 말이다. 그나저나 다시 연락을 준다고 해놓고는 감감무소식이다. 이미 나를 위성으로 추적하고 있는 것인가? 주위를 둘러보았지만, 어디에도 추적의 흔적은 보이지 않았다. 요즘 아이리스를 재미나게 보고 있는데, 부작용인가보다. 당장 내일이 행사인데, 나는 아직 어디에서 하는지도 모르고 있었다.
"뭐... 알아서 찾아내겠지!"
역시 난 쿨하다. 그렇게 서울에 도착한 나는 지인을 만나 가열차게 음주가무를 즐겼다. 오늘이 아니면 빡세게 달릴 수도 없기에 정말 열심히 달리고 달렸다. 새벽녘이 되어서야 피곤한 몸을 이끌고 지인의 집으로 돌아온 나는 비로소 잠을 들 수 있었다.
얼마나 잤을까? 휴대폰이 신나게 울리고 있었다. 문득 정신을 차려 시계를 보니 어느새 시간은 10시가 다 되어가고 있었다. 가까스로 일어나서 바닥에 있는 휴대폰을 집어들고는 전화를 받았다.
"여...여보세요?"
"안녕하세요! 문화체육관광부입니다! 악랄가츠님 맞으시죠?"
"네 그렇습니다만?"
"오늘 행사 세부일정을 메일로 보내드렸어요! 시간 맞춰서 오시면 된답니다!"
국방부에 이어서 문화체육관광부라니? 뭔가 심상치 않게 일이 돌아가고 있었다. 정말 조국의 안보라도 걸린 일인가? 이대로 나는 문화체육인으로 가장하여 북한에 침투되는 임무를 맡게 되는건가? 별의별 생각이 다 들었다. 조심스레 컴퓨터를 켜고는 주위를 살폈다. 이미 지인은 출근을 하였기에 방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 나도 모르게 조심하게 되었다. 카벨이라는 암호명을 가진 분으로부터 한 통의 메일이 도착해 있었다.
"맙...맙소사!"
메일의 내용은 2009 블로그 컨퍼런스 행사일정이 담겨져 있었다. 이거 정말 뭐랄까? 일정표에 적힌 화려한 발표자들을 명단을 확인하자, 손발이 오그라들었다. 나는 그저 조촐하고 아늑한 분위기에서 하는 행사인 줄로만 알았는데, 이건 정말 예상밖이었다.
게다가 파워블로거로 초청된 분은 총 3명이었는데, IT블로거로 유명하신 떡이떡이님과 농촌진흥청에 근무하시면서 항상 유용한 정보를 알려주시는 길s브론슨님이셨다. 문득 지드래곤이 열심히 외치던 가사가 떠올랐다.
"나도 어디서 꿀리진 않아~♪"
가사는 가사일 뿐이다. 지금 겁나 꿀린다! 아주 삐긋삐긋삐긋해! 이럴 줄 알았으면, 좀 더 열심히 자료를 준비하고 연습이라도 틈틈이 하는 건데, 후회가 물 밀듯이 밀려왔다. 그러나 점심시간에 맞춰서 가기로 하였기에 이제 고민할 시간도 없었다. 부랴부랴 씻고 숙소를 나섰다.
"몰...몰골이 왜이래!"
엘리베이터 거울에 비친 나의 모습을 보자, 한숨이 절로 나온다. 얼굴이 부운건지, 살이 찐건지! 안 그래도 큰 얼굴이 더 커보였다. 지난 밤 작작 먹을걸! 동공은 이미 풀려 있었고, 표정은 근심과 피곤으로 가득 차 있다. 메일을 확인하고는 급 늙어진 기분이었다. 애써 미소를 지어보았지만, 참 거시기하다. 과연 오늘 하루가 무사히 넘어갈 수 있을까? 무척이나 길게만 느껴진다.
저 멀리 오늘의 경기장이 나를 반겨주고 있었다.
추천 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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