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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가츠군이 백일휴가를 일주일 앞두고 벌어진 사건을 이야기 해보겠습니다. 언제나처럼 시간적 순서에 따라 전개되지 않으며, 그때그때 기억나는 사건을 재구성하여 작성하고 있습니다. 고로 예전 글을 안 읽으시고 바로 보셔도 무방합니다. 시간적 여유가 있으신 분들은 윗부분에 위치한 지난 글보기를 이용해주세요!
때는 바야흐로 05년 5월 중순, 가츠가 이등병일때다. 지난 1월 25일에 입대한 가츠는 원래 5월 첫번째 주를 전후로 백일휴가를 나갔어야했다.
하지만 당시 부대는 한창 훈련시즌이었고, 대대장님은 싸이코였다. 4월초에 유격을 시작으로 격주단위로 군지검, 중대전술, 진지공사를 하였고 5월 16일 대대ATT를 앞두고 있었다. 중대장님은 가츠를 비롯한 동기들에게 대대ATT를 마치고는 기필코 백일휴가를 보내주겠다고 약속하였다.
사실, 어떻게든지 백일휴가는 나갈테니, 기왕이면 늦게 나가는게 좋다고 고참들이 말해주었다. 맞는 말이다! 힘든 이등병에게 보이는 희망은 백일휴가 뿐이다. 백일휴가를 갔다오면 이등병에게 보이는 건 아무것도 없다. 고로 늦게가면 갈수록 희망의 끈을 놓지않고 붙잡고 있을 수 있는 것이다.
그렇게 백일휴가를 일주일 앞두고, 77연대 2대대의 대대ATT가 시작되었다. 군대에는 많은 훈련들이 있다. 군대 안간 사람들도 알고 있을법한 혹한기, 유격훈련처럼 큰 훈련도 있고, 용어조차 생소한 훈련들도 있다. 대대ATT란 쉽게 설명해서 자신의 속한 대대의 전술평가훈련이다.
더 쉽게 예를 들자면, 고등학교가 있다. 고등학교를 대대라고 가정하면 교장선생님은 대대장이다. 고등학교 각 학년들을 중대라고 치면, 학년부장선생님은 중대장이다. 각 학급들이 소대고 담임선생님들이 소대장이라고 할 수 있겠다.
고로 대대ATT는 학교별 학력진단평가 개념이라고 볼 수 있겠다. 고등학교의 성적을 평가하는 것이다. 고로 교장 선생님격인 대대장은 자신의 명예, 진급을 위해 좋은 성적이 나오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다.
평가받는 입장에서 학생들이 좋은 성적이 나오게끔, 밤늦게까지 야자를 시킨다거나, 회초리를 들어 훈계하고, 체벌을 가하기도한다. 군인도 마찬가지다, 좋은 평가를 위해 통제관조차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는 행군코스를 짜고, 개인시간을 통제시켜 체력단련을 강요케한다. 물론 여기는 휴가 통제도 필수로 포함되어있다.
하지만, 이등병인 나로서는 딴나라이야기다. 그냥 백일휴가 날짜만 세고 또 세고있다.
'드디어, 이번 훈련만 뛰면 세상밖으로 나가는구나!, 지금 세상은 어떻게 변했을까? 나 없어도 잘 돌아갈까?'
자알~ 돌아간다.
그렇게 훈련 첫날, 기상과 동시에 준비태세가 걸리고 통제관들이 사진기를 들고 내무실로 들이닥쳤다. 준비태세는 지난시간에 상세히 설명하였다. 행여 안보신 분들은 지난 글보기를 추천한다.
주말에 무수한 반복숙달로 어느정도 자신감이 붙은 가츠이병은 신속히 군장을 결속하고, 분대장의 지시를 기다리고 있었다. 1분대원으로서 분대장을 따라 치장물자 창고로 가서 치장물자를 내무실로 가져와서 소대원들에게 신속히 나눠주고는 대대 소산진지로 투입하였다.
소산진지에서 이상병과 함께 교대로 안면위장을 실시하였고, 경계방향을 향해 총부리를 겨누고 있었다. 얼마나 지나을까? 등뒤에서 인기척이 들린다.
하이에나같은 통제관은 어리버리한 가츠이병에게로 다가오기 시작하였다. 군침을 흘리며 눈 앞에 놓인 한마리 어린양을 바라보면서 서서히 다가와서는 나에게 물었다.
'자네의 임무가 뭔가?'
'이병 가츠! 저는 5중대 3소대 1분대 2번 소총수로서, 상황발생시 신속히 단독군장을 착용하고, 완전군장을 결속 후, 분대장의 지시에 따라 치장물자를 소대원들에게 분배한 후, 대대 00소산진지로 투입합니다. 5.56mm보통탄 000발 세열수류탄 0발 솰라솰라~ 이상입니다!'
뭐야! 이색히 이등병답지 않잖아! 쩝... 따른 먹잇감을 찾으러 가야겠군..
이상병은 대견한듯 칭찬해주었다. 후훗~ 이미 지난 주말 스파르타식 주입교육의 성과지롱~
그렇게 상황이 종료되고, 분대원들은 취사장에서 아침식사를 하였다. 분대장은 자못 진지하게 우리에게 명령하달을 하였다.
'야야! 오늘은 겁나 빡세지싶다. 대대장님이 우리를 실망시키지 않았어. 완전 무개념 행군코스이니깐 다들 몸관리잘하고 제발 퍼지지마라. 무조건 많이 먹어. 그리고 가츠는 행군할때 물 많이 마시지말고, 수통에 물 반만 채워!'
아아~ 분대장님이 이렇게까지 말하다니, 지난 유격복귀행군때도 널널하다고 걱정하지 말라던 사람이 이정도로 말하면, 오늘 코스는 정말 빡센거군 ㅜㅜ
그렇게 우리 2대대는 대망의 05년 대대ATT 출발 행군을 시작하였다. 왠만한 행군코스는 다 기억나는데 당시에는 이등병이라서 그런걸까? 앞만 보고 죽어라 걸어서 그런걸까? 지금 행군코스가 전혀 기억이 안난다. 전혀... 다만 여느때처럼 출발행군때 상큼하게 비가 온 것만은 기억이 난다.
그렇게 아침 8시에 출발한 행군은 오후 7시가 다되어서야 최초 목적지에 도달했다. 도착하자마자 숙영지 편성하고, 식사배식을 하는 순간, 소대장님께서 분대장을 불러모으시고 명령하달을 하신다. 이윽고 돌아온 분대장이 말한다.
'야야 텐트 걷어라, 아나 ㅋㅋ 짱깨(가위바위보)졌어 ㅜㅜ 우리 분대는 부소대장님이랑 추진매복하러 간다! 소리 소리 소리 소리 내가 내가 짱깨 졌어~♪'
진짜 군대에서 짱깨의 중요함이 다시 한번 확인되는 순간이다. 부식짱깨, 작업짱깨, 근무짱깨 등 군대에서 짱깨는 정말 정말 중요한다. 심지어 외박, 휴가날짜도 동기들끼리 짱깨쳐서 잡으니 말이다. ㄷㄷ
'야야 그래도 산 꼭대기에서 통제관없이 우리끼리 있으니깐, 보장된 흡연권, 취침, 우린 자유를 찾아떠나는거야~! 어찌보면 더 좋은거야~! 가츠야~ 담배피고싶잖아~ 가서 마음껏 펴~!'
그렇다, 사실 전술훈련중에는 간부들이나 통제관때문에 대놓고 담배를 피지 못한다. 그렇다고 밥안되는 일,이등병들이 짱박혀서 필 순 없는 노릇이지 않는가? 그래서 난 항상 식사후 솔선수범하여서 수저를 씻으러 간다고 하였고, 짬을 묻으러 갔다. 그 곳에서 몰래 한 모금 담배를 태우고 나왔다.
지금에서야 생각해보는데 당시에는 그 사실을 고참들은 모른다고 생각했는데, 지들도 다 그렇게 했을텐데.. 눈 감아준 거 같다. 나두 말년에 개의치 않았으니깐, 아니 신경쓰는 거 자체가 귀찮을지도 ㅋㅋㅋ
그렇게 다시 텐트를 접고 군장을 메고 부소대장님을 따라 산꼭대기를 향해 무작정 올라갔다. 아니 이건 진짜 강원도의 이름없는 외딴 산인가보다. 길이 없다. 진짜 사람이 다닌 흔적이 하나도 없다. 그냥 무작정 올라가는데 욕이 저절로 나왔다. 나무를 잡고 기어올라가고 돌부리 하나에 목숨걸고 절벽을 타올라갔다.
그렇게 1시간넘게 올라가서 도착한 정상, 사실 좀 더 올라가야지 정상인데. 더이상은 올라갈 자신이 없었다. 우리가 전문 산악인은 아니잖아. 목숨걸고 나라 지키는 건 맞지만, 지금은 훈련상황이잖아! 목숨은 전쟁나면 그때 걸기로 하고, 정상을 50여고지 앞둔곳에서 숙영지를 구축하였다. 부소대장님까지 도합 7명, A형텐트 3동을 치기로 하였다.
그렇게 대대ATT 첫날밤을 강원도 외딴 곳의 이름모를 산 정상에서 보냈다. 그러나 명색히 추진매복인데, 다 자고있으면 되겠는가? 2명씩 교대로 2시간씩 정상에서 매복하기로 하였다.
이상병과 새벽2시에 투입하였다. 사실 이상병은 담배를 안피므로 근무조로는 선호하지 않았다 ㅜㅜ 그렇게 묵묵히 있는데 이상병이 나에게 천상의 목소리로~
'가츠야! 한대 펴라~!'
'이병 가츠! 감사합니다! 이상병님 킹왕짱! 내가 제일 좋아하는 고참이 바로 님이예요!'
그렇게 한모금 담배연기를 내뿜으며 일주일 앞둔 휴가를 생각하며 즐거워하였다. 다음날 저녁 야간공격출발할때까지 그곳에 있어야 했다. 불연듯 스치는 걱정. 저녁을 먹고 여기 올라왔는데, 내일 아침, 점심, 저녁은 어떻게 하지? 전투식량도 안주던데, 설마 매끼마다 받으러 내러가야되나?
그렇다, 문제는 밥이었다. 일단 나는 100프로 밥타러 내려가야되는 위치였다. 어제 올라올때만 근 2시간 가까이 걸렸는데, 비록 밥타러갈때는 군장 안메고 가겠지만, 딱봐도 개고생이다. 그렇게 아침이 밝았고, 96k로 1분대 밥타러 내려오란다.
부분대장과 김일병, 나 이렇게 셋이서 출발하였다. 이거 어제와 길이 다르다. 어디가 어딘지 당최 감이 안온다. 사실 2년내내 산만 타는 소총수로서 왠만하면 정확하고 빠른 루트를 통해서 이동하는데 도가 텄지만, 이번에는 부분대장조차도 헷갈리는가보다. 하긴 어제 길도 없는곳을 야밤에 정상을 향해서만 올라왔으니 오히려 찾는게 신기하다. 내려가면서 보니깐 어제 진짜 목숨걸고 올라갔구나!를 새삼 느꼈다.
그렇게 헤매고 해매서 1시간넘게 걸려서 소대 숙영지로 도착했다. 이미 넘어지고 미끌어지고 만신창이다! 이미 아침식사를 다마치고 우리 밥을 따로 타놓은 소대원들은 우리를 보더니 입이 쩍 벌어진다.
'우와 1분대 ㅋㅋㅋ 개고생하는구나 ㅋㅋㅋ 휴우 우리 분대장 짱깨이겨서 진짜 다행이다! ㅋㅋㅋ'
2,3,소본분대장들은 개선장군처럼 기세등등하다.
그렇게 밥을 받자마자 다시 분대원들이 기다리는 정상을 향해 올라갔다. 하앍하앍 다시 1시간 넘게 걸려서 도착한 정상! 대략 10시쯤 된거 같다. 훈련 나가면 위에 사진에서처럼 일명 봉지밥을 8명이서 나눠먹는다. 항상 배고프다! 그렇게 늦은 아침 식사를 마치고 정리할려고 하는데 무심히 들리는 96k 무전
'치직치직 당소당소 소본 전방에 작전중인 1분대 등장바람!'
'당소 1분대장! 무슨일인가?'
'1분대 곧 중식추진예정이니 중식받을 인원 내려보내기바람!'
아나! 이건 미친짓이야! 결국 부소대장님은 우리를 배려하여 점심 굶기로 하였고, 저녁은 철수하여 내려가서 먹기로 하였다. 천만 다행이다.
그렇게 정상에서 종일 뒹굴거리다가 이윽고 어둠이 찾아오기 시작하였다. 아나 근데 또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텐트가 물에 젖기전에 잽싸게 해체하였고, 철수시간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오후 7시경, 다시 날라온 소대장님의 무전
'치직치직~ 2분대 잘듣기바람, 찰리장(중대장)지시로 2분대측은 전원 철수하지말고 2명은 현위치에서 야간공격출발 직전까지 감시매복하기바람!'
음. 결국 부소대장님과 이상병이 남기로 하였는데, 당시 야간공격출발 직전에 잽싸게 내려와야했기에 그들의 군장은 우리가 들고 철수하기로 하였다. 물론 그 중 하나는 당연히 내 몫이었다.
그렇게 가츠는 비오는 야밤, 군장까지 2개를 들쳐매고 산을 내려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산을 많이 타본 사람은 알겠지만, 위험도에서는 내리막 길이 훨씬 더 위험하다. 그것도 비오는 야밤에 길도 없는 산 속에서는 특히나 말이다. 내 군장도 무거운데 하나 더 매고있으니 가만히 서있어도 미끄러져서 내려가는 거 같았다.
그렇게 얼마나 내려갔을까? 순간 전투화가 비에 젖은 철지난 낙옆에 미끄러졌다.
'어어어어어어!!! 살려주세 요요요요~!! 퍽!'
가츠의 몸무게 + 군장 2개 + 단독군장의 무게로 인해 쏜살같이 미끄러지다가 메고있던 소총이 좌우 나무에 걸리면서 가까스로 멈췄다. 하지막 그게 오히려 독이었다.
곧 달려온 분대원들은 나를 일으켜 세웠다. 나는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며 일어났는데, 분대원들이 나를 보면 화들짝 놀라는 것이 아닌가?
엄청난 무게를 지탱한 소총의 멜빵은 나의 오른쪽 어깨를 툭하니 분리시켜주었다. 나는 좀비처럼 오른쪽 어깨가 툭 빠진 상태로 서있었던 것이다. 곧 몸상태를 인지한 나는 고통이 엄습해왔다.
'어어어어~ 분대장님! 어깨가 이상해요! 팔이 말을 듣지가 않아요! 너무 아파요! 흑흑! 움직일수가 없어요! 블랙호크 불러주세요 엉엉엉!'
- 下편에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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