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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에게 있어 군대란?
평생 써먹을 수 있는 안주거리요, 추억이 아닐까 싶다. 지난 밤 블로거 뉴스를 살펴보다가 이미 너무나도 유명한 무한님의 군생활매뉴얼을 비롯하여 많은 분들의 군대이야기를 읽다보니 문득 나의 즐거웠던(?) 군생활도 더 늦기 전에 기록해놔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느덧 전역한지도 3년째에 접어들었다. 이름조차 기억이 안나는 전우가 생겼고, 복무신조는 커녕 부대 주소조차 기억이 안난다. 이에 금일부터 틈날때마다 하나하나 기록해놔야겠다. 하지만 지금도 기억이 가물가물 한 상태라 입대부터 전역까지 순차적으로 작성하기보다는 그때 그때 떠오르는 사건을 중심으로 작성하기로 맘 먹었다.
가츠는 강원도 화천 사창리에 위치한 27사단 77연대 2대대 5중대 3소대 소총수 출신이다. 뭐가 그리 거창해보이냐고 정식으로 다시 소개하자면 대한민국 국군 - 육군 - 제 1야전사령부 - 2군단 - 27사단 - 77연대 - 2대대 - 5중대 - 3소대 - 1분대 - 소총수 가츠군이다.
자대배치 받은 첫날 고참이 알려준거다. 한번 내뱉고는 득달같이 말해보라는 고참의 미소어린 표정이 떠오른다. 솔직히 저건 바로 쉽게 답했다. 그러자 이어진 두번째 가르침 당시 국방부장관을 시작으로 합참의장, 육군참모총장 등을 필두로 부소대장님 관등성명까지 내뱉고는 외워보란다. 물론 결과는 뻔했다. 그게 바로 군대다 답이 안나오는 곳. 그러나 그 속에서 답을 찾아내야만 하는곳.
자세한 이야기는 기회가 날때마다 또 하기로 하고 오늘의 이야기를 해보자. 때는 바야흐로 2005년 7월 무더운 여름이었다. 가츠군은 한창 일만 하는 물냄새 철철나는물일병이었다. 참고로 우리 부대는 15사단과 7사단 같은 2군단 소속이지만 엄밀히 따지면 15사단과 7사단은 최전방에서 철책을 지키는 게 주된 임무이고, 우리 27사단은 바로 그밑에서 백업해주는 역할을 한다. 이것을 무엇을 의미하는냐하면 2년내내 훈련만 죽도록 한다는 거다. 예비사단으로서 15,7사단이 밀리면 바로 그곳으로 지원가는게 주된 임무이므로 평소에는 훈련만 주구장창 하는거다. 한창 훈련시즌인 3월초에 자대배치 받은 가츠군은 이미 5개월의 시간동안 2개월이상은 순수하게 산속에서 텐트치고 생활하였다.
당시 대대장님 또한, 육사 출신도 아닌 이미 진급도 2번이나 누락하신 전설의 김모중령이었다. 항상 정신교육때마다 '우리 대대는 전문 싸움닭부대이다' 라는 멘트가 떠올라 아직도 치가 떨린다. 그러던 어느날 결국 사고가 터졌다. 우리대대가 대대급으로는 전군최초로 육군과학화훈련단(KCTC)에 입소한다는 것이다. 과학화훈련단? 전군최초? 군대에서 두려운 건 익숙치 않은 낯선용어와 어디간에 앞장서는 것이다. 이게 합쳐졌으니 안봐도 뻔하다.
육군과학화훈련단이란 강원도 인제부근에 위치한 최첨단 서바이벌 훈련장으로 훈련 내용은 그곳에 주둔한 대항군부대와 전투를 벌인다. 얼마나 최첨단이냐고 한다면 우리가 소지한 모든 무기와 차량에 첨단센서를 부착하고 신체에는 머리, 가슴, 등에 수십개의 센서를부착한다. 또한 일체의 열외병력이 없이 대대장, 주임원사조차도 센서를 부착하며 실시간으로 중앙통제실로 위치정보와 이동속도, 일어서 있는지 엎드려 있는지가 보고된다. 정말 환상적이지 않은가? 항상 훈련때마다 가라(대충)로 짱박혀있고, 했다치고가 아닌 진짜 전투를 한단 말이다.
아닐나 다를까 무수한 소문이 퍼지기 시작했다. "야 가츠일병, 그거 들었냐? 이번에 우리랑 붙는 전문대항군 살아있는 전투머신이란다. 이미 중대급으로 특전사랑 유명사단 수색대들이랑 붙었는데 그냥 녹혀버렸대" HID이야기까지 나오면서 그들은 이미 우리 대대원들에게 공포의 대상이 되었다. 그렇게 무더운 여름 한달간 구슬땀을 흘리며 훈련준비에 여념이 없었다.
8월초, 드디어 출전의 날이 왔다. 화천에서 인제까지는 육공을 타고 고속도로로 이동했다. 그러고보니 훈련나가면서 차타고 이동하는 것은 처음이었다. 너무 행복했다. 물론 그게 지옥으로 가는 입구였다는걸 망각하였지만...
입소식을 하는데 8월 무더운 날씨는 상상을 초월하였다. 우리의 화기에는 레이저 발사기가 장착되어있었고 신체에는 약 10kg가량의 센서가 부착되어있었다. 사실 난 당시 k-2를 가지고 있었는데 한달고참인 심일병은 k-201이었다. 한데 k-2에 부착된 레이져는 가벼운 편이었는데 k-201의 유탄발사기 레이저는 딱봐도 잘못 만든게 틀림없었다. 얼마나 컸나면 그냥 총을 세로로 세워놓아도 총이 혼자 서있을정도였다. 그 상태로 받을어 총을 한다는 것 고문이다. 아니나 다를까? 입소식 훈련을 하는 동안 화기중대인 8중대측에서 몇몇의 낙오자가 속출하기 시작하였다. 그순간 군생활 최고의 서스펜스한 장면이 연출되었다.
문제의 우리 대대장님
"야 8중대장!"
"네 8중대장 대위 OOO"
"대가리 박어!"
난 이게 꿈인줄 알았다. 중대장이 군장 맨채로 대대원 앞에서 그것도 과훈단 간부와 병사들도 보는 앞에서 대가리를 박다니. 우리 멸공대대원들은 뇌리를 스치는 건 X됐다!
그 시점을 전후로 우리 앞에 있는 사람은 대대장이 아니고 김정일국방위원장급이었다. 그 힘든 여건에서 우리 대대원들은 인민공화국의 제식보다 더 완벽한 제식으로 입소식 행사을 마칠 수 있었다. 그 후로 다시는 그때만한 제식은 볼 수 없었다. 막바지 무렵 대대장님은 우리에게 당근을 제시하였다. 다음 조건에 만족하면 포상휴가를 주겠다
1. 적지휘관급 사살
2. 적 병사 10명이상 사살
3. 적 탱크 격파시
안그래도 포상이 없는 소총부대로서는 구미가 당기는 조건이었다. 옆에 끙끙거리던 심일병 '드디어 나의 유탄이 빛을 발휘하겠군! 아무나 맞아라 샷을 하면 지휘관이나 적병사 맞겠지 ㅋㅋㅋ' 회심을 미소를 지었다. 그러나 그말을 내뱉은지 딱 이틀 후 야간 공격때 우리의 심일병은 필살기 아무나 맞아라 샷으로 2소대 아군 3명을 죽이고 개갈굼을 먹었다!
왼쪽 어깨부분에는 소형 모니터가 부착되어있는데 현재 나의 신체상태와 무기, 화생방상황, 적 포격상황등이 실시간으로 표시된다. 참고로 내가 누구를 쏘았는지, 어떤 무기에 내가 맞았는지도 알 수 있다. 심일병이 사살한 3명은 모두 그의 고참들이었다. ㅋㅋㅋㅋ 한없이 묵념.... 애도.....
위에 조건 1, 2번은 총으로 쏴죽이면 어찌되겠는데 일개 소총수가 적 탱크를 어떻게 격파시키는가? 걱정마라 소총소대에도 일명 대전차화기다 있다. RPG-7으로 더 유명한 Panzerfaust 3와 M72law가 그 해답이다.
< Panzerfaust 3 >
< M72law >
주간 방어 작전이 시작되었다. 박병장과 나는 대전차화기조로서 소대와는 별개로 작전을 수행하러 나갔다. 어느덧 전투에 심취한걸까? 박병장이 달라졌다! 의욕적이었다. '가츠일병! 우리 전차잡고 꼭 포상휴가 나가자! 야야 더 엎드려! 이 길은 너무 노출되어있군! 좀 더 산속으로 들어가서 이동하자!' 내가 박병장을 6개월동안 봐왔지만 정말 이런 모습 처음이었다. 또한 사진에서 보듯이 팬저파우스트가 로우보다 훨씬 크고 무겁다. 단 팬저는 3발까지 발사가능하고 로우는 한발밖에 사용못하므로 각 3발과 1발의 레이저탄만 지급되었다. 박병장은 팬저를 고르는 열정까지 보였다.
어느덧 모니터에선 적 포탄이 날아온다고 삐이삐이~ 거리고 이곳저곳에서 총성이 들리기 시작했다. 우리는 적 탱크가 출현할만한 길목 언덕배기에 짱박혔다. 박병장과 나는 전투식량을 먹으면서 아까 부소대장이 알려준 작동법과 유의점을 되새겼다. 대전차화기는 후폭풍이 있으므로 공격시 전방와 후방으로 모두 레이저가 나가니 특히 유념하라고 했다. 짱박힌지 1시간이 지나도 길에는 개미 한마리 보이지 않았다. 결국 박병장 '야 나 잘테니깐 탱크오면 깨워!'
그렇게 또 1시간이 지났다. 이미 96k(무전기)에서는 난리도 아니었다. 2소대장은 적군에게 죽어서 중대장한테 개갈굼 먹고 있고, 이쪽 저쪽에서 아군 피해가 속출하였다. 하지만 나랑 박병장이 있는곳은 천하태평 그 자체였다. 따뜻한 여름햇살을 맞으며 슬슬 졸음이 밀려올 무렵. 어디선가 굉음이 들리기 시작했다. 곧 땅바닥까지 흔들렸다. 크르릉~ 크르릉~
저 멀리서 뽀얀 먼지바람을 일으키며 전차가 위풍당당하게 진격하고 있었다.! 난 잽싸게 박병장을 깨울려고 몸을 돌리는 찰나, 자고 있는 줄 알았던 박병장은 이미 팬저에 눈을 갖다대며 조준자세를 취하고 있었다. 이거 진짜 이런 훈련만 아니면 어디서도 볼 수 없는 진정한 병장의 전투력이 아닐까싶다. 시야에 포착된 탱크는 3대, 우리가 가진 탄알은 4발, 우리 앞에 포상휴가증이 다가오고 있었다.
100m 80m 60m 40m 드디어 사정거리까지 들어왔다. 하지만 우리도 조심해야 되는게 첫 발이 발사되는 순간, 우리 위치도 노출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그만큼 첫 발이 중요하다! 이윽고 박병장의 팬저가 레이저를 내뿜었다. 물론 레이저가 우리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적 탱크에 부착된 센스에 명중하면 명중된 부위에 따라 3단계로 피해상황으로 나뉜다. 완파, 반파, 기동불가와 동시에 탱크는 싸이렌 울리고 실제 폭발 효과처럼 미리 설치된 연막탄이 터진다.
'야 가츠일병 탄 재장전할 동안 니가 빨리 발사해!!!'
'넵! 박병장님'
난 전방의 탱크를 향해 정조준하였다. 이윽고 팡하는 폭음과 함께 나의 로우가 레이저를 뿜었다.
순간 등 뒤에서 들리는 삐이~ 삐이~ 헉 그랬다. 내 뒤에서 팬저 탄을 장전하고 있던 박병장이 후폭풍으로 죽은 것이다! 순간 나의 짧은 군생활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갔다. 할말을 잃고 멍하게 있는 나에게 박병장은 잡아 먹을듯한 표정으로 외쳤다.
'야 임마! 지금 머하는거야! 빨리 내 팬저들고 탱크잡아야지!'
죽는 순간, 자신의 무기는 더이상 작동하지 않는다. 하지만 아군이 전사자의 무기를 재등록하여 다시 사용할 수 있다. 갑자기 감동이 물 밀듯이 몰렸왔다. 나의 실수를 전혀 개의치 않고 자신의 무기로 적군을 잡으라니. 순간 나는 지금 진짜 전쟁터에 있구나를 느꼈다. 죽어가면서까지 후임을 위해 외치는 한마디 '가츠일병 너라도 꼭 포상나가야된다!'
사실 한달 전, 난 입대 전 3년간 사귄 여자친구와 헤어졌다. 당시 훈련 준비때문에 대대전체의 모든 휴가와 외출, 외박이 통제된 상태였고 청원휴가를 신청했지만 얼마전 6중대에서 휴가나간 전우가 여자친구 방에서 자살하는 바람에 단박에 짤렸다. 난 당시 패닉 상태였고, 소대장을 비롯하여 소대원들이 매우 걱정하고 있는 상태였다. 그러는 와중에 박병장의 한마디는 내 몸을 뜨겁게 달궈주었다.
< 보다 현실감있는 내용 전달을 위해 스크랩한 사진임 >
훈련으로 천근만근이던 몸이 가벼워졌다. 아니 온 몸의 신경세포가 살아 꿈틀거리는거 같았다. 십수킬로나 나가는 팬저를 들고 난 언덕 밑으로 뛰쳐나갔다. 어느덧 탱크 주변에는 통제관 차량이 왔고 통제관 완장을 찬 소령이 내렸다.
'자네 혼자인가?'
난 눈물을 머금고 선임병은 전사하였다고 대답하였다. 차마 내가 죽였다고는 말 못했다 ㅜㅜ
'어디 한번 탱크 잡아보시게나~!'
나에게 유리한 점은 가상 전투라는 점이다. 실제 전투였다면 전차가 나를 깔아뭉개 버릴 수 있겠지만, 이건 그럴 수 없지 않는가? 또한 전차나 나나 실제 무기가 아니라 레이저로 공격한다는 것이다. 레이저는 나무나 수풀을 통과하지 못한다. 이를 백분활용하여 최대한 코앞까지 다가갔다. 지금 생각해보면 무슨 깡이었는지 모르겠다. 수풀을 가운데 두고 탱크와 나는 불과 5미터도 떨어져 있지 않았다. 탱크의 엔진소리가 아직도 생생하다.
이미 전차장 간부는 나에게 협박과 회유를 시도하였다.
'야이 xx야! 넌 벌써 깔려죽었어! 얼른 나와서 죽어 임마!'
연신 외치며 통제관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통제관은 나의 편이었다. 아니 지금에서야 생각하는건데 통제관도 탱크가 잡히면 어떻게 되는지 궁금했나보다. 그냥 지그시 미소지으며 상황을 관전하고 있었다.
하지만 더이상 시간을 끌다간 정말 죽을꺼 같아고 내심 무섭기도 하였다. 이제 한방쏘고 죽도록 도망가야된다. 마음의 결정을 내린 순간, 수풀을 헤치며 적탱크를 향해 필살의 한방을 내뿜었다. 꽝~!
눈앞에 집채만한 탱크는 싸이렌이 울리면서 허공을 향해 연막탄을 쏘아졌다. 기동파괴 기동파괴! 성공이었다. 당황한 전차장의 표정이 눈에 들어왔다. 이제 도망만 가면 된다. 뒤만 보고 얼마나 뛰었을까? 언덕위에서 박병장이 화이바 벗고 앉아서 나에게 엄지를 치켜세워주었다. 정말 이 기분을 뭐라고 표현해야될까?
결코 서든이나 카스하면서 혼자 적 다바른 그런 기분과는 차원이 틀리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 내 어깨에서도 삐이~ 삐이~ 그랬다 기동파괴당한 전차에서도 회심의 포탄을 나에게 날린 것이다. 전사자는 화이바를 벗고 전사상자 집합소로 가야된다.
돌아가는 길에 박병장이 말했다.
'독한새끼! 포상갈려고 고참을 죽이냐!'
'일병 가츠! 아닙니다 ㅜㅜㅜㅜ'
'포상 나가서 꼭 여친 붙잡아라, 사진보니깐 엄청 이쁘던데, 흠 하긴 너한테 아까울려나 ㅋㅋ'
'흑흑 알겠습니다!'
그렇게 야간방어을 비롯해서 주간 공격, 야간 공격 등 2주에 걸쳐 무사히 훈련을 끝마쳤다.
물론 2주간 재밌난 에피소드가 많았지만 이미 충분히 지루하게 길게 쓴 거 같아 다음에 기회가 있으면 이야기 하는게 좋겠다.
그래도 여담으로 하나만 하자면 중대마다 한대의 육공(트럭)의 배치되어 각종 장애물이나, 부식추진을 한다. 이때는 주로 행보관, 운전병, 보급병이 같이 이동하는데 두 놈 다 내 동기들이다. 야간방어 저녁때, 식사 추진을 위해 육공을 타고 우리 중대 진지로 오는 중에 적 특작조에게 걸린 것이다. 육공도 물론 센서가 장착되어 있고, 공격받으면 운행을 중지해야된다.
특작조는 우리의 육공을 향해 무자비하게 공격하였는데 뒤에 타고 있는 보급병은 단박에 죽었다. 운전병은 어찌 할 바를 몰라 쩔쩔매고 있을때, 우리의 행보관님 k-2를 들고는 용감하게 뛰어내리시더니 육공 밑으로 기어들어가셨다. 그랬다! 우리 행보관님 특전사 출신이었다. 비록 연세는 40대 중반을 바라보고 계셨지만 우리 중대원의 저녁을 위해서 육공 밑에서 적 특작조를 향해 최선의 방어를 다하셨다. 자그마치 5명이나 사살하고 전사하셨지만 후일 그 이야기를 전해들은 우리 중대원들에게 벅찬 감동과 존경을 선사하셨다. 당시에는 밥 늦게 온다고 겁나 투덜거리고 있었지만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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