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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지난 새벽, 네이트온에서 낯선 청년이 대화신청을 하였다. 오늘 입대한다는 그는 나에게 훈련소 생활에 대해 질문하였다. 대개 화요일에 입대하는데, 목요일에 입대한다고 하여 물어보니, 그는 의경으로 군복무를 한다고 하였다. 한동안 훈련소 박살내기 특강을 해주고는 아쉬운 이별을 고하였다.
어느덧 군대이야기를 작성한지도 7개월이 넘었다. 그동안 많은 꿈나무들이 입대하였다. 초창기에 나의 글을 읽고, 입대한 꿈나무들은 벌써 백일휴가를 다녀갔다.
"아나! 가츠형! 진짜 완전 똑같아요! 대박! ㅋㅋㅋ"
입대하는 날, 세상에서 가장 슬픈 댓글을 남기고 떠나던 그들이 모습이아직도 생생하다. 나는 애써 웃으며 장난스럽게 답변을 남겨 주었지만, 그들의 심정을 너무나 잘 알기에 씁쓸하였다. 20여년을 가족과 지인들의 사랑을 받으며 지내다가 하루 아침에 전혀 다른 환경에서 다시 시작해야 된다.
그런 그들이 무사히 훈련소 생활을 마치고 건강하게 군생활을 하고 있는 모습을 보니 너무 대견스러웠다. 휴가를 나와서도 잊지 않고 나에게 안부인사를 건네주는 그들, 이미 그들은 나에게 있어 단순한 구독자가 아니라 친동생같은 느낌이다.
수많은 우리의 동생들이 지금 이시간에도 피곤한 몸을 이끌고 조국와 가족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고 있다. 그들의 생각하며 열심히 살아야겠다. 아자 아자 파이팅!
2.
지난밤, 한 통의 전화가 왔다. 언제나 나를 행복하게 만들어 주는 택배아저씨였다. 냉큼 오시라고 하고는 현관문 앞에서 초인종이 울리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잠시후, 무척이나 힘들어 보이시는 아저씨가 무언가를 끙끙대며 들고 오셨다. 자세히 보니 아저씨가 들고 있는 박스는 참이슬 박스였다. 누가 소주를 보낸걸까?
고작 참이슬 한 박스를 들고있는 아저씨는 덩치에 어울리지 않게 무척이나 힘들어 보였다. 그리고는 냉큼 내 품에 안겨주었다. 별생각 없이 건네주는 박스를 드는 순간, 허리가 휘청하였다.
"머야 이거! 완전 무겁잖아!"
가까스로 중심을 잡은 나는 거실로 들고 갔다. 전표를 확인해보니, 출판사에서 보내 준 증정도서였다. 드디어 내 손에 책이 도착한 거였다. 박스를 열어보니, 50여권의 책이 엣지있게 차곡차곡 쌓여 있었다. 그저 멍하니 한참을 바라보았다. 평소같으면 사진도 찍고 그랬을텐데, 너무 멍때려서 당시의 사진도 못 찍었다.
한 권을 집어들고는 표지를 어루만져보았다. 그러다가 나의 이름이 찍힌 부분에서 벅찬 감동이 차올랐다. 살아생전 내가 책을 내다니, 단 한번도 생각해본 적 없는 일이었다. 무협지와 만화책을 보며 희희낙낙거리던 코흘리개 꼬마가 말이다. 그렇게 한참을 표지를 어루만졌다.
"야! 책 보면서 고사 지내냐?"
옆에서 신종플루 걸리신 어머니께서 나를 보며 웃고 계셨다. 어머니는 지난주 내내 목감기로 고생하시더니, 결국 어제 신종플루 확진을 받으셨다. 마음같아선 냉큼 안겨서 궁디팡팡 세례를 받고 싶었지만, 나의 본능이 위험하다며 가지 말라고 하였다. 멀리서나마 브이를 하였다.
책장을 넘기자, 지은이 소개와 추천사, 지은이의 말이 차례대로 나왔다. 왠지 모를 화끈함이 심장을 뛰게 만들었다. 아직은 작가라는 말이 너무 낯설고 부끄럽다. 그저 운이 좋았을 뿐인데 말이다. 문득 아버지께서 해주신 말이 떠올랐다.
"누구나에게나 살다보면 절호의 기회가 찾아온다! 다만, 그 기회가 찾아왔을때, 준비되어 있는 자만이 자신의 것으로 만들 수 있다! 고로, 항상 열심히 준비하여 언제 찾아올 지 모르는 기회를 놓치지 않도록 하거라!"
하지만, 나는 남들에 비해 전혀 준비를 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일이 생기다니, 부끄러울 따름이다. 앞으로는 열심히 준비하여 부끄럽지 않고 그 순간, 더욱 당당해질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
3.
얼마전, 발표한 이벤트 당첨자분들과 지인들에게 책을 배송하기 위해, 우체국을 갔다. 일부러 도심지에 위치한 큰 우체국을 피하고, 외곽에 있는 작은 우체국으로 찾아갔다. 오늘은 만큼은 북적대고 바쁜 일상을 벗어나 여유로움을 느끼고 싶었다. 차를 타고 외곽으로 신나게 달렸다. 얼마나 달렸을까? 추수가 끝난 논밭 사이에 위치한 작은 농촌 우체국이 보였다. 책을 담은 봉투를 한아름 안고 문을 열고 들어갔다.
역시나 한산한 우체국의 내부, 귀여운 스마일 명찰을 착용한 친절한 우체국 직원분이 나를 반겨주었다. 나는 봉투를 조심스레 접수대에 올려 놓았다.
"우와 이거 다 보내시는거예요?"
"네!"
"군대로 가는게 많네요?"
"하하! 군대이야기 책이다보니 그렇네요!"
그렇게 하나하나 열심히 접수하여 주셨다. 하나씩 사라져가는 봉투를 보니 기분이 묘했다. 작은 이벤트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랑을 보여주신 분들과 군대에서 지금 이 시간에도 고생하고 있는 분들이 떠올랐다. 모두가 이 곳에서 선물을 보내줄 수 있게 만들어 준 고마운 사람들이다.
"오늘 글이 없네? 가츠 완전 빠졌구만! 재입대 청원하러가자! 아고라 고고!"
블로그를 운영하면서 나는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았다. 아니 받는 정도가 아니라 아예 짓눌렀다. 나에게 많은 분들이 보내주신 관심과 사랑은 분에 넘치다 못해 흘러 넘쳤다. 때로는 부담이 되기도 하였고, 어색하기도 하였다. 평소 많은 사랑을 받아 본 적이 없는 나이기에, 더욱 더 그랬을 수도 있겠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차츰 관심받는 거에 익숙해졌고 때로는 어린 마음에 자만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그런 모습도 나, 황현이라는 청년의 한 모습으로 봐주시고 사랑으로 대해 주신 많은 구독자 여러분께 진심으로 이 자리를 빌어 감사의 인사를 드리고 싶다.
인터넷 문화는 하루 아침에 급변한다. 당장 내가 스스로 블로그를 폐쇄하거나 여러분이 즐겨찾기에서 나의 블로그 주소를 삭제한다면, 자연스레 인연의 고리는 끊어질 것이다. 하지만 나는 이미 너무 정이 들었다. 지난 7개월의 시간동안, 수많은 분들이 나의 블로그에 방문하였다. 개중에는 글만 보고 가시는 분도 있고, 제목에 낚여서 들어오셨다가 프로필사진을 보고 바로 나가시는 분도 있었다.
"아나 또 여기야? 저 녀석 맨날 노려봐! 젠장!"
그리고 매 포스팅마다 친절하게 댓글을 남겨주시는 분들도 있다. 수 많은 격려와 공감을 표해주셨고, 때로는 부모님처럼 진심으로 나를 걱정해주고, 축하해주시는 분들도 있다. 블로그에 달린 4만여개의 댓글이 나로 하여금 열심히 블로그를 운영할 수 있게 해주는 원동력이 되었다.
일면식도 없는 나를 위해, 혼쾌히 추천사를 써주신 김명곤 선생님, 감히 추천사를 청탁할 때도 나는 김명곤 선생님께서 운영하는 블로그 방명록에 당돌하게 글을 남겼다. 정말 무례하고 예의없는 일이 아닌가? 하지만 이 모든 것이 블로그를 운영하였기에 가능한 일이 아닌가 싶다. 단지 키보드를 두들겨 모니터에 나오는 텍스트영상 일지라도. 그 속에는 사람의 마음을 열어주는 신비한 힘이 있다.
군대이야기를 작성하는 나의 머릿속에 지난 군시절의 추억이 생생하게 자리 잡고 있듯이, 블로그에서의 추억도 이미 지우기에는 너무 깊숙히 자리잡고 있다. 아마 먼 훗날에도 지금 이 시간을 떠올리며 행복해 하지 않을까?
이런 기분을 만끽하게 해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추천 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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