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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는 5살 터울의 남동생이 있다. 이미 얼마전 동생편에서 언급하였지만, 나이 차이가 많다보니 항상 부려먹고 괴롭히기만 하였다.
내가 20살 되던 해, 대학 진학을 위해 한국을 떠났고, 귀국 후 다시 군에 입대하는 바람에 5년이라는 시간을 동생과 떨어져 지냈다. 물론, 방학때나 휴가때마다 틈틈이 만났지만, 당시 동생은 수험생이다보니 예전처럼 많은 시간을 같이 할 수 없었다.
동생은 작년 9월, 논산훈련소로 입대하였다. 동생은 누구보다도 군 입대를 꺼려하였다.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그중에는 나의 역활도 한 몫 하였다. 자유로운 영혼을 가진 동생은 군에 갔다 온 나의 모습에 쉽사리 적응하지 못하였다.
'착했던 형이 악랄해졌어~!'
하지만 신의 아들이 아닌 이상, 동생도 대한민국 남자로서 국방의 의무를 수행하여야 한다. 부모님과 나는 하루빨리 군대를 다녀오라고 종용하였고, 오히려 동생은 더욱 가기 싫다며 반항하였다. 결국은 자신의 노트북에 한 통의 편지를 남기고 가출을 감행하였다.
'그래 니 꿈은 군대 안 가는 거겠지만, 이제 군대가 널 키워줄 것이다~! ㅋㅋㅋ'
사실, 아주 프리한 우리집에서는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 돈 떨어지고 배고프면 오겠지~! 아니나 다를까? 가출한 지 4일이 지났을 무렵, 동생에게서 연락이 왔다. 집에 돌아갈 차비가 없다는 안타까운 소식을 전하면서 말이다. 집으로 돌아온 동생은 걸신들린 듯 밥을 먹어 치웠다.
'야이 똘아이야~! 군대에서도 밥은 꼬박꼬박 주는데~! 왜 사서 고생이야~!'
결국, 동생은 나의 손에 이끌려 병무청 사이트로 접속하였고, 9월 8일 논산훈련소로 예약하였다. 102보충대도 있었지만, 차마 그 곳만은 가라고 하지 못하겠다. 동생은 나를 바라보며 정말 불쌍한 표정지으며 말했다.
'형~! 나 꼭 가야돼?'
'응~! 꼭 가야돼~!'
입대 당일, 아이러니하게도 나는 예비군훈련을 받으러 가야된다. 동생 입대하는 것도 못보게 하는 군대가 원망스럽다. 입대하는 녀석은 동생인데 내가 아침부터 군복을 입고 있다. 아부지 손에 이끌려 떠나는 동생을 보니, 마치 도살장으로 끌려가는 소마냥, 불쌍해보였다.
그날 저녁, 집으로 돌아오신 아버지는 무사히 잘 입대하였으니 걱정하지 말라고 하셨다. 하지만, 어머니는 그토록 가기 싫다는 녀석, 괜히 보내서 사고라도 나면 어떻하냐고? 연신 걱정하시며 우셨다. 우시는 어머니를 보니 내 가슴도 찡해졌다.
지금쯤, 동생은 훈련소에서 낯선 이들과 첫날밤을 보내고 있겠지? 이미 경험해 본 나로서는 그 기분이 얼마나 두렵고, 막막한지 알기에 더 슬펐다. 특히 여리고 착하기만 한 녀석이 거친 남자들의 세계에서 잘 적응할 수 있을 지 걱정이었다. 부디 건강하게 훈련 받기를 기도하였다.
나의 기도가 통한걸까? 동생은 나와는 전혀 딴판의 군생활을 경험하게 되었다. 경리병이라는 주특기를 부여받고는 성남에 위치한 육군종합행정학교로 후반기 교육을 받으러 갔다. 요즘에는 후반기 교육, 마지막 주에 가족면회가 가능하였고. 이에 부모님과 나는 부랴부랴 동생 면회를 갔다.
부대에 도착하여 면회신청을 하는 사이, 나는 화장실을 갈려고 연병장을 가로질러 가는데, 멀리서 얼굴 새까만 훈련병 하나가 뭐가 그리 좋은지 연신 실실 웃으며 뛰어오고 있었다.
'이야 진짜 너무 좋아한다~! 천상 이등병이구만~! ㅋㅋㅋ'
근데, 이녀석이 가던 길을 멈추고, 나에게로 다가오는 것이 아닌가?
'충성~!'
'어... 어... 너였구나!'
나는 2달새 훌쩍 변해버린 동생을 한 눈에 알아보지 못했다. 군기가 바짝 든 녀석은 뭐가 그리 좋은지 연신 싱글벙글 웃으며 나에게 와락 안겼다. 그리고 쉴 새없이 떠들기 시작한다. 하긴 얼마나 하고 싶은 말이 많을까?
'아나~! 형 말이 다 맞았어~! 형 좀 짱인듯~!'
입대전, 내가 하는 말에 쉽사리 공감하지 않던 녀석이 이제는 나를 추종하고 아니 신봉하였다. 그렇게 달콤한 면회도 끝났고, 복귀하는 시간이 다되었다. 이틀후, 자대로 가면 본격적인 군생활이 시작된다. 지금까지는 장난인데 말이다. 그걸 알고있는 나는 동생과 함께 막사까지 걸어가며 격려해주었다.
'형~! 이제 혼자 갈 수 있어~!'
'마~! 자대가서 고참들이 괴롭혀도 형이라고 생각해~! 나만큼 괴롭히지도 않을거야~! ㅋㅋㅋ'
그렇게 동생은 상무대로 자배배치를 받았고, 그곳에서 군복무를 임하고 있다. 그런데 군번줄이 꼬여서 지금까지도 내무실 막내로 생활하고 있다. 항상 전화오면 후임 들어왔냐?라는 질문이 첫 멘트이다. 다음달이면 상병인데 아직도 막내라니 참 운도 지지리도 없지~!
그러던 차에, 육군블로그 아미누리 오픈기념 이벤트를 발견하였다. 군에 관한 글이나 UCC를 만들어서 응모하면, 우수작품을 선정하여 포상휴가증을 준다는 것이다. 안그래도 요즘 군대이야기를 연재하고 있는데, 마치 나를 위한 이벤트 같았다.
그리고 지난주, 이벤트 결과가 발표되었다. 어머나~! 이런 가문의 영광이~ 자랑스럽게도 1등인 아미누리상을 받게 되었다. 당첨자 발표에 적힌 동생 이름을 보니, 가슴이 두근거렸다.
군인인 동생에게 무언가를 해줄 수 있다는 사실이 너무 신기하고, 기뻤다! 항상 괴롭히고 부려먹기만 못난 형이었는데 말이다. 오늘 공문이 육군본부에서 동생부대로 하달된다고 한다. 벌써부터 포상휴가증을 받고 즐거워하는 동생 얼굴이 아른거린다.
어여 형의 품으로 오너라~! 맛있는거 왕창 사줄게~!
멋진 선물을 주신 아미누리와 응모작에 과분한 관심과 사랑을 주신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추천 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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