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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일병때 겪었던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언제나처럼 시간적 순서에 따라 전개되지 않으며, 그때그때 기억나는 사건을 재구성하여 작성하고 있습니다. 고로 예전 글을 안 읽으시고 바로 보셔도 무방합니다. 시간적 여유가 있으신 분은 윗부분에 위치한 지난 글보기를 이용해주세요!
때는 바야흐로 05년 11월이다. 가츠일병은 어느덧 일병 4개월차로서 소대내에 후임도 12명이나 있었다. 한창 일해야하는 일병이지만, 풍부한 후임들로 인해서 나름 풀리고 있었다. 게다가 10월 군번 신병들도 며칠내로 온다는 정보를 입수하였다.
'후훗~! 어서오너라 귀여운 아가들~♥'
며칠후, 중대장님이 직접 소대로 들어오시더니 분대장들을 전원 데리고 나가셨다. 뭔가 불안한 느낌이 엄습해온다. 분명히 뭔가가 잘못 돌아가고 있다. 이때 중대장님은 이제는 너무나도 유명한 철혈군인 그 분이시다. 얼마나 지났을까? 분대장들이 소대로 돌아갔다. 우리 분대장인 조병장만 완전 울상이다.
'아이씨~! 1분대 집합~!'
'무슨일입니까?'
'너희들 긴장하고 내말 잘들어~! 이따가 신병이 하나 올꺼야~! 근데 초특급 울트라 핵폭탄이다~!
'헐~! 관심병사입니까?'
'어! 울트라 관심병사다~! 지금까지 너희가 상상한 모든 것을 잊어라!'
그랬다~! 중대장님이 친히 우리 소대에 관심병사를 인도영접 시켜주셨다. 군대에는 두 부류의 군인들이 있다. 군대에 적응한 군인들과 적응하지 못한 군인이다. 적응하지 못한 군인에는 또 다시 두 부류로 나눌 수 있다. 선천적으로 적응하지 못하는 군인과 적응하지 않을려고 하는 군인.
이번에 온 신병은 분명히 군대에 적응하지 못한 군인이긴 한데, 이게 선천적인지 연기인지 도대체 알 수가 없다. 분대장의 설명으로는 일단 상대방을 제대로 바라보지 못하고, 말도 잘 못한단다. 벙어리는 아닌데 말을 제대로 못한단다. 사실 벙어리가 군대에 올 수는 없는 노릇이고, 도대체 어떤 녀석인지 궁금하였다.
'3소대 신병 받아라~!'
드디어 왔다! 키도 작고 완전 말랐다. 일단 체력적인 면에도 전혀 희망이 보이지 않는데, 거기다가 정신적 문제까지 있다고 하니 참 앞으로 갑갑했다. 그래도 나와 심일병, 윤일병은 최대한 정답게 맞이하였다.
'야 신병~! 집이 어디야?'
'.....아니'
'아니 뭐라고? 안들려? 크게말해~! 집이 어디냐구?'
'....아니'
'머라는겨? 날 보고 말해야지? 날 좀 보소~! 날 좀 보소오~!'
우와 이거 지대로 잘못걸렸다. 신병은 그냥 고개만 푹 숙이고 대답도 하지 않는다. 그렇게 더이상 말걸기를 포기하였고, 첫날을 보냈다. 다음날도 전혀 달라지는 것이 없다. 오히려 발이 아프다고 절뚝거리기 시작한다. 완전 유치원생 데리고 있는 기분이랄까? 대한민국 육군에서 그것도 이기자부대 소총중대 내무실에서 말이다. 당장 낼모레 훈련인데, 말도 못하는 녀석이랑 같이 뛰어야 된다고 생각하니 그냥 울고 싶어졌다.
나랑 윤일병은 담배를 피면서 상담을 하였다.
'야 저녀석은 어떻게 병무청에서 현역판정 받았을까?'
'딱보니깐 연기지 말입니다?'
'연기치고는 너무 리얼하잖아~! 너같으면 저렇게 할 수 있냐?'
'음 하긴 우리 냉혈한 중대장님마저도 심하게 걱정하고 있으니 아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저거 의가사할거 같은데?'
'저놈 의가사하면서 위병소 통과할때 씨익 웃는거 아닙니까? 유주얼서스펙트처럼 말입니다.'
그날 오후, 신병은 중대장님과 상담으로 인해 중대장님실로 갔다. 우리는 내무실 정리를 하면서, 신병 장구류를 맞춰주고 있는데, 뭔가 섬뜩한 기분이 들었다. 옆 내무실 본부포반에서 문이 부셔지랴 쾅하고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성큼성큼 점점 소리가 가까워진다.
쾅~! 아니나 다를까? 우리 소대 문도 부셔질듯이 열렸다.
중대장님의 사자후가 뿜어져 나왔다. 우리는 영문도 모른채 총알같이 침상으로 뛰어올라가서 군장에 군장품목들을 때려박기 시작하였다. 나는 행정반으로 뛰어가서 총기함 열쇠를 가지고 와서 소대 총기함를 열었고, 이등병들은 신속하고 자기 분대 고참들의 화기를 챙겨주었다.
몇분후 우리 소대원들은 중대사열대 앞에 완전군장으로 도열해있었다. 다들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몰라 어리둥절하였다. 곧 행정반에서 중대장님이 걸어나오셨다.
'야이 XXXX~! 내가 신병 잘 데리고 있으라고 했지? 어! 너희들 오늘 한번 죽어봐라~!'
도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걸까? 누가 신병이랑 문제가 있었던걸까?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봐도 그런 일이 있을수가 없다. 신병은 말도 제대로 못하는데, 말이라도 해야지 뭔가 상호간의 대화가 있지~! 결국 우리들은 그렇게 연병장을 뛰기 시작했다. 뛰어가면서 고참들은 너무 황당하고 억울했는지 연신 하늘을 향해 욕을 내뱉었다. 나도 물론 그렇고 싶지만, 일병이잖아;;;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중대장님과 상담하면서 우리 소대원 중에 누군가가 자신에게 욕을 하였다는 것이다. 물론 우리가 바보가 아닌 이상, 울트라 관심병사한테 욕을 했을리가 없다. 결국은 우리끼리 하는 욕을 지한테 하는거라고 생각하여 말했거나, 아니도 고의적으로 말한 것이다. 결국 신병의 말 한마디에 소대원 전원이 완전군장으로 연병장을 돌고 있다. 대재앙이다~!
30분, 1시간이 훌쩍 넘었다. 원래 완전군장을 돌면 초반에 좀 뛰다가 나중에는 그냥 걷는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힘들기 때문에, 어차피 하루종일 도는건데 무슨 철인도 아니고 주구장창 뛸 수 만은 없기 때문이다. 근데 오늘은 고참들이 죽어라 뛴다. 이미 1시간째 뛴다. 정말 그들도 악이 바쳤나보다. 아나.... 그럴수록 쉬엄쉬엄 해야지~! 이 융통성 없는 고참님들아~!
곧 이등병들이 퍼지기 시작한다. 그러나 지금 분위기는 퍼지면 영원히 퍼질지도 모른다. 어금니 물고 죽어라 같이 뛰어야 된다. 1시간전에 행정반으로 들어간 중대장님은 나올 생각이 없나보다. 어느덧 해는 산을 넘어가고 있다. 저녁도 못먹었는데 우씨~! 배고픈데, 밥은 먹이고 굴려야지~! 어흐흐흑ㅜㅜ
'아 진짜 군대 X같아서 못있겠네~! 우리가 뭘 잘못했다고 아나~!'
'그니깐 드러워서 빨리 나가야지~!'
전역을 얼마 안남은 말년병장들은 연신 하소연 중이다. 나도 하소연하고 싶은데~! 지금 숨이 턱까지 차올랐다. 코와 입에서 연신 거친 호흡이 뿜어져 나온다. 아 이러다가 나도 낙오하겠다. 좀 천천히 뛰어~! 아나 말년병장들이 뭔 체력이 이렇게 좋아~! 겁나 잘뛴다 ㅜㅜ
멀리서, 행정반 문이 열린다~! 호오 중대장님이 나오시는건가? 헐~! 저건 또 머야? 군인 한명이 완전군장을 메고 행정반에 걸어나오더니 우리를 향해 무섭게 달려온다. 머..머야? 누구야?
힝~! 우리 소대장님이다~! 설마 중대장님이 소대장한테도 완전군장돌라고 한건가? 잠시 페이스를 늦추고 소대장님을 기다렸다. 곧 우리 대열에 합류하신 소대장님은 굳은 인상으로 우리를 바라보셨다.
'야 3소대~!'
'네 3소대~!'
'야아~! 3소오대애~!'
'네에엣~! 3소오대에~!
'너희들 내가 제일 싫어하는게 머야?'
'.........'
'왜 나만 왕따시켜? 흑흑~! 죽을래?'
'하하~! 아닙니다~!'
흑~! 소대장님은 우리들만 뛰니깐 안쓰러우셨는지 완전군장을 메고 합류하신거였다. 소대장님의 합류로 우리는 천군만마를 얻은 기분이었다. 죽어가던 후임들도 사기가 올랐다.
'자~! 3소대 군가하자~! 군가 전우~! 하나 둘 셋 넷~!'
그렇게 그날밤 우리는 밤새 연병장을 돌면서, 더욱 진한 전우애로 뭉쳐졌다. 그리고 내무실로 복귀했다. 다들 피곤에 당장이라도 죽을거 같았지만, 곧 죽으라는 법은 없었다. 중대장님은 신병을 1소대로 보내버렸다.
'차라리 이게 잘된거다~! 하루 고생하고 안보는게 훨씬 낫다~!'
결국 나보다 9개월 늦게 들어온 그 신병은 나보다 6개월 빨리 전역하였다. 의병제대라는 미명하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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