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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이등병 시절 있었던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언제나처럼 시간적 순서에 따라 전개되지 않으며, 그때그때 기억나는 사건을 재구성하여 작성하고 있습니다. 고로 예전 글을 안 읽으시고 바로 보셔도 무방합니다. 시간적 여유가 있으신 분은 윗부분에 위치한 지난 글보기를 이용해주세요!
블로그 우측 채팅방에서 근무시간에 농땡이 피우피는 분들께서 카페를 하나 개설하셨다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정작 저는 바빠서 채팅창을 자주 이용하지도 못하였는데, 이렇게까지 신경써주시다니 감동이었습니다.
情이 있는 블로그가 되고 싶었는데, 점점 현실로 다가오는거 같아 너무 즐겁습니다. 가츠의 군대이야기를 사랑해주시는 구독자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자세한 링크 오늘내로 블로그에 설치해놓겠습니다.
[가츠와 함께 농땡이치는 사람들 카페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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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는 바야흐로 자대배치받은 다음날, 예전에 작성한 폭풍구보편보다도 이틀이나 앞선 시점이었다. 이틀후 폭풍구보를 뛰면서 나의 저질체력은 완전히 뽀록났지만 말이다. 금요일 오후 자대배치를 받고, 처음으로 자대에서 맞이하는 아침이었다.
당시 토요일 오전에는 항상 산악행군을 하였지만, 전날 신병을 제외한 나머지 병력들은 훈련을 뛰고 복귀하였기에 정비 및 자유시간이 주어졌다. 고로 그날 2소대와의 축구시합이 예정되어 있었다. 군대에서의 축구란? 더이상 무슨 설명이 필요하겠는가? 축구는 전쟁이다. 패배란 있을 수도 없고 행여 지기라도 한다면, 전쟁터에서 전사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나랑 동기는 기상과 동시에 내무실 침상에서 각잡고 앉아있었다. 2분대장인 김병장님이 오시더니 우리들에게 물었다.
'신병들 축구좋아하나?'
'이병 가츠~! 네 좋아합니다~!'
우리는 동시에 좋아한다고 외쳤고, 강한 의욕을 보였다. 사실 동기녀석인 박이병은 상당한 축구실력을 보유하고 있었다. 물론 그때는 몰랐지만 말이다. 외관상으로 봤을땐, 박이병보다 키도 크고, 덩치가 있는 내가 제격이었다. 둘다 좋아한다는 말에 박병장은 의욕적으로 물어보기 시작하였다.
'오호 그래? 가츠 너 운동 좀 했나?'
'이병 가츠~! 네 대학다닐때 농구부, 볼링부에서 활동하였습니다~!'
'호오~! 진짜? 축구는 축구??'
'축구부에서도 활동하였습니다~!'
'와우~! 그레이트 맨~! 웰컴 맨~!'
사실 거짓말 한거는 아니다. 분명히 중국에서 대학다닐때, 농구부, 축구부, 볼링부에서 활동하였다. 다만 뭐랄까? 농구부나 볼링부 경우에는 나도 좋아라했기에 자진해서 가입해여 활동하였지만, 축구부는 말그대로 한국인 인원이 부족하여 선배들의 반강제적인 권유로 가입한 것이었다. 그리고 한국 대학에서의 운동부라고 하면 전문적인 선수들이지만, 그곳에서의 운동부는 그냥 동아리정도라고 이해하시면 되겠다.
하지만 그것까지 굳이 김병장에게 설명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 가만히 있었다. 김병장은 나의 대답을 듣자마자 흥분하더니 소대원들에게 말하였다.
'야야~! 드디어 우리소대의 초특급 유망주가 왔어~! 하하 용병이야 용병~!'
'우와 진짜입니까?'
'대학 축구부에서 활동했다잖아~! 어쩐지 체격도 좋고 눈빛도 남다르드라~! 봐봐 머리도 크잖아~! 저색히 헤딩 겁나 잘할꺼같애~! 더이상 2소대는 우리의 적수가 안된다~!'
이거 뭔가 심각하게 돌아가고 있다. 괜히 말했나? 앜ㅋㅋㅋㅋㅋㅋㅋ 사실 나의 축구실력은 아주 허접했다. 초등학교때 이후로 체육시간에는 친구들과 담소를 즐기며, 일광욕을 하였고 더운데 운동장에서 땀 뻘뻘 흘리며 뛰는 녀석을 이해할 수 없었다. 그나마 농구대잔치를 보면서 농구나 가끔 즐기는 그런 존재였다.
일병들은 나를 보더니 연신 부러운 눈빛을 보냈다. 전입오자마자 하루만에 고참들의 사랑을 한몸에 받게 되었으니 말이다. 아니 소대장의 사랑까지, 나아가서는 중대장, 대대장까지 말이다. 군대에서는 축구 하나만 잘해도 왠만한 소위, 하사보다도 큰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다.
일례로 아들군번중에 체대다니다가 온 최이병이 있었다. 그녀석의 축구실력 단연 대대 톱이었고, 전간부를 사랑을 한 몸에 받았다. 하루는 대대장님과 같이 대대간부팀과 우리 중대와 축구 시합을 하였다. 대개 대대장님이 공을 잡고 드리블이 시작되면, 대대장님 반경 3미터는 무풍지대이다. 아무도 범접할 수 없는 그만의 공간이 형성되는 것이다. 그러나 최이병은 보란듯이 침범하였고, 대대장님의 공을 가로채 단독질주하여 골을 넣어버린다. 그러나 대대장님마저도 그의 실력도 감탄해 박수를 쳐주신다. 그만큼 빼어난 축구실력은 육군대위인 중대장들도 감히 못하는 행동을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렇게 대륙에서 물건너온 가츠는 소대원들의 부러움과 사랑을 듬뿍 받으면 군대스리가에 정식으로 입단하게되었다. 곧이어 김일병이 친히 축구화까지 챙겨가지고 왔다. 이거 정말 X됐다~! 아직 군생활 692일이나 남았는데, 오늘 종지부를 찍게 되는 건 아닐까? 온갖 걱정이 밀려오기 시작했다.
점심을 먹고, 연병장으로 집합하였다. 소대원들은 각기 자리를 잡고 응원을 시작하였고, 출전 선수들은 공을 차면서 몸을 풀기 시작하였다. 나도 몸풀기 하나만큼은 자신있었다. 연신 프로급으로 몸을 풀기 시작하였다. 이모습을 지켜보는 소대원들은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이야 저녀석 몸푸는것도 완전 프로다 프로~! ㄷㄷㄷ'
뭐야 이것들~! 나만 주시하고 있잖아~! 젠장~! 그러는 찰나 코너킥 부근에 있는 나에게로 공이 굴러왔다.
'야 신병 센터링 올려봐~!'
헐... 벌써부터 뽀록나게 생겼는데, 정말 그때 올린 크로스를 잊을수가 업다. 집중력 500배, 최고의 정성을 다해 죽기살기로 공을 차올렸다.
슈우우우웅~!
오오~! 내가 찬거지만, 정말 멋있다. 베컴의 택배 크로스가 이렇게 날라갈까? 할 정도로 내 인생의 최고의 크로스가 골대를 향해 파고들었다. 이건 1000번 차도 다시는 이렇게 못찰꺼야~! 나는 스스로 너무 놀랐고, 만족스러웠지만 뭐 이정도갖고 호들갑이냐? 늘 이정도라는 포즈와 표정으로 담담해 하였다. 이 모습을 본 소대원들은 또 한번 난리가 났다.
'야 방금봤냐? 우와 베컴 온줄 알았네~! 저녀석 진짜 킹왕짱인데~!'
그리고 나는 당당히 오른쪽 날개를 부여받았고, 2소대와의 경기가 시작되었다. 2소대원들도 나의 소문을 이미 들었는지 도통 내쪽으로 공이 오지 않았다. 경기가 시작된지 한동안 공은 왼쪽에서만 주고받았고, 정말 다행스럽게 나의 실력은 뽀록나지 않고 있었다. 그런데 얼마나 뛰었을까? 헉헉... 숨이 차오른다~! ㅋㅋㅋㅋㅋㅋ
아나 이건 그냥 왔다 갔다 뛰기만해도 벌써부터 심장이 터질것만 같았다. 그러던 찰나, 김병장이 나를 부르며 정확한 공간패스를 찔러 넣어주었다. 오 저거 크로스만 해주면 되는데 되는데..... 난 숨이 차~! 어흑흑흑 죽기살기로 뛰어가서 중앙을 향해 멋있게 크로스 올릴려고 하는 순간~!
슈웅~! 힉~~~!!!!!
헉~! 맙소사~! 나의 오른발은 허공을 향해 힘차게 올라갔고, 공은 그대로 골라인 아웃이 되어버렸다. 순간 당황한 소대원들, 애써 침착해하면서 뭐 그럴수도 있지~! 라는 표정을 지으며 다시 파이팅을 외쳤다. 그리고 또 찾아온 찬스~! 이번에는 앞뒤 볼것없이 아무나 받아라 슛~! 을 날렸는데, 대기권 돌파슛이 되어버렸다.
몇번의 찬스를 번번히 놓치자, 2소대원들도 나의 실력을 간파한거 같았다. 이제 내가 구멍이라는것을 인식하였는지 내 쪽으로 집요하게 돌파를 시도하였다. 역시나 어김없이 나를 보란듯이 제끼고 치고나가는 2소대원들....
문득 뒤통수가 무지 따가웠다. 살짝 돌아보니, 나를 향해 죽일듯한 기세로 달려오고 있는 김병장이 눈에 보였다. 이윽고 그의 사자후가 연병장을 울려퍼졌다.
그렇게 나의 군대스리가 데뷔경기는 은퇴경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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