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인가 컴퓨터를 부팅하면 자연스레 블로그부터 방문하게 되었다. 불과 몇달전만 하더라도 가십거리나 게임사이트를 방문하였는데 말이다. 또한, 정말 돈주고도 접할 수 없는 지인들의 주옥같은 포스팅을 읽으면서 컴퓨터하는 것이 단지 시간 떼우기가 아니라 훨씬 영양가있는 여가시간이 되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아침형 인간이 되었다.
지난 밤, 여느때처럼 아침에 올린 포스팅에 어떤 댓글이 달렸을까? 기대하며 블로그를 방문하였다. 블로그관리창에서 방명록을 보니 평소와 다르게 많은 분들께 글을 남겨주신게 아닌가? 무슨일인가 싶어서 확인을 해보니, 두둥~! 금주의 베스트 view블로거에 선정되었다며 축하한다는 글이었다.
이제 블로그에 대해 차츰차츰 알아가며 흥미를 붙이고 있었는데 말이다. 예상치 못한 선정소식에 놀라기도 하였고, 너무 기뻤다. 어디 한번 보자~ 최근에 상받은게 언제였지? 3년전 군대에서 받은 사단장표창이후로, 정말 오랫만에 받았다.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며, 제일 먼저 부모님께 이 소식을 알려드렸다.
다 큰 사내자슥이 마마보이도 아니고, 대뜸 부모님께 자랑한다는게 어찌보면 웃길 수도 있겠다. 하지만 나는 부모님과 함께 이 기쁨을 공유하고 싶었다.
블로그를 운영하기 전까지만해도, 나는 컴퓨터를 틀었다 하면, 온라인 게임을 하거나 영화나 드라마를 보았다. 부모님의 입장에서는 여간 탐탁지 않을 수가 없었다. 기왕이면, 도움이 되고 발전적인 것들을 하라고 하셨다. 물론 대학생이 된 이후로는 더이상 별말씀 안하셨지만, 분명히 마음에 들지는 않으셨을 것이다.
그러던 녀석이 얼마전부터는 모니터 앞에 앉아서 연신 고뇌하고, 연구하고 있는 모습이 목격되었다. 이에 불안감을 느끼신 어머니가 다가오셔서 물으셨다.
'아들~! 또 무슨 꿍꿍이야? 사고쳤지?'
'하하~! 사고는 무슨~! 블로그에 포스팅하는데 뭔가 쌈빡하게 안떠올라서 ㅜㅜ'
'아나~! 니가 이제 하다하다 별짓을 다하는구나~!'
그때만 하더라도 어머니께서는 블로그의 개념을 잘 모르셨다. 그래서 더이상 설명해봤자, 소용이 없을거 같아서 애드센스 광고에 대해서 말해주었다. 어머니에게는 블로그보다는 광고로 인한 수익이 훨씬 관심있을테니 말이다.
'아니 그게아니고, 내가 글을 쓰면 사람들이 오잖아~! 그럼 요기 위에 광고보이징~! 이걸 클릭한다 말이야~! 그럼 광고회사에서 나에게 돈을 준다구~!'
이렇게 수익이야기를 하면서 어머니의 관심을 유도하였고, 차츰차츰 블로그에 대한 전반적인 이야기를 해드렸다. 아마 그때가 가츠의 군대이야기를 막 연재하기 시작했을 무렵이다. 처음에는 가벼운 마음으로 작성한 군대이야기가 많은 예비역분들과 아들을 군대 보내신 부모님, 여자친구로부터 사랑을 받기 시작하였다.
어느날은 작성한 포스팅이 다음메인에 노출이 되었다. 덕분에 많은 분들이 방문해주었고, 좋아라하면서 부모님과 오랫만에 다같이 모여서 저녁을 먹고 있었다. 식사를 하는 도중에 문득 아버지가 말씀하셨다. 아버지께서도 일하시면서 나의 블로그를 보셨나보다.
'야 가츠야~! 오늘 니가 쓴 글 진짜로 있었던거야?'
'네~! 제 블로그는 이미 군대동기나 선,후임들에게 벌써 다 알려줬기 때문에 지어내면 바로 갈굼먹어요~!'
'그래~! 오늘 재밌던데~! 우리 아들한테 이런 재주가 있었네~! 그걸 우째 다 기억하노? 하아~ 근데 왜 공부를 못했을까?'
'아부지~! 기억력과 공부하는 머리는 별개라고요 어흑흑ㅜㅜ'
문득, 부모님이 나의 블로그를 모니터링 하신다는 사실을 알게되자, 내심 불안하고 초조하였다. 평소 부모님에게 보여지는 아들로서의 나, 인터넷 공간에서의 악랄가츠는 분명히 다른 모습으로 비춰질테니깐 말이다. 많은 사람들이 친한 친구들한테도 말 못하는 비밀을 익명성이 보장된 인터넷에서는 거침없이 토론하기도 한다. 그만큼 인터넷은 자유로운 공간이다.
그 공간을 부모님과 공유하게 되었다. 처음에는 괜히 엄마에게 알려준거 같아 후회하기도 하였다. 포스팅을 하면서도 이 글을 발행하면 부모님께서 보실텐데라는 걱정에 신경이 곧두섰다. 그러다보니 포스팅 하나하나에 평소보다 더 정성을 쏟으며 작성하게 되었고, 부끄럽지 않은 포스팅을 해야지라는 마음을 다지게 되었다.
그리고 자주 만나지는 못하지만 부모님과 다같이 모일때마다 블로그에 대한 이야기를 하였다. 하루는 그날 올린 포스팅에 대하여 이야기 하였다.[런웨이를 활보하는 그녀들, 슈퍼모델]
엄마 : '야 아들~! 글쓸거 없으면 하지를 말지~! 왜 여자들 벌거벗은거 올리고 앉아있어?'
가츠 : '헐.. 나같이 순진무구한 블로거를 저질취급하다니~! 포스팅 취지가 그런게 아니잖앙~!'
엄마 : '아니긴 뭐가 아냐~! 사람들 많이 오라고 그런거 아냐~! 누가 모를줄 알고~!'
가츠 : '음... 아니라곤 부정못하겠지만, 그래도 사람들은 좋아할꺼야~! 흐흐흐'
아빠: '냠냠~! 좋드만~!'
엄마 : '저질들~!'
가츠 : '아빠 최고~!'
이렇듯 블로그라는 관심사로 인해 부모님과 평소보다 많은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급기야 최근에는 포스팅하고 부모님의 냉정한 평가를 기다리는 사태에까지 직면하였다. 부모님을 떠나서 인생의 대선배이신 그분들의 평가는 언제나 정확하었다. 글을 작성하면서도 내심 부족한 느낌이 들었는데, 그런날은 어김없이 그 부분을 지적해주셨다.
또한 블로그 사이드바에 위치한 채팅창에서 아들 밥 잘챙겨 먹어라~! 라는 귀여운 멘트를 발견할때는 정말 신기하기도 하고 즐거웠다. 블로그를 하면서 어느때보다 부쩍 부모님과 더욱 친밀해진 것이다. 그래서 지난 밤, 베스트 블로거로 선정되었을때 누구보다도 빨리 부모님에 알려드렸고, 다같이 기쁨을 공유하였다. 마지막 어머니의 멘트가 인상적이었다.
'아들~♥ 상금은 3등분이다~!'
이자리를 빌어 항상 저를 아껴주시고 관심가져주시는 소중한 지인 블로거분들
수십여편의 군대이야기에 일일이 댓글 달아주시는 대한의 열혈 예비역 여러분
사랑하는 아들을 군대에 입대 시켜놓고 노심초사 걱정하시는 아버님과 어머님
남자들만 좋아라하는 군대이야기에 재밌다며 칭찬해주시는 아리따운 여신님들
일은 안하시고 채팅창에서 농땡이 피우시는 분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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