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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군대이야기를 포스팅하는 재미보다 댓글 읽는 재미가 솔솔하군요. 경험담, 격려, 질문 댓글을 달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요즘은 바빠서 예전처럼 바로바로 댓글에 답변을 해주지는 못하지만 절대 놓치지 않습니다. 포스팅에 대한 관심, 애정, 공감이라 생각하기에 항상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답니다.
오늘은 백일휴가를 막 돌아온 시기에 겪어던 슬픈(?) 추억을 한번 이야기해보겠습니다.언제나처럼 시간적 순서에 따라 전개되지 않으며, 그때그때 기억나는 사건을 재구성하여 작성하고 있습니다. 고로 예전 글을 안 읽으시고 바로 보셔도 무방합니다. 시간적 여유가 있으신 분들은 윗부분에 위치한 지난 글보기를이용해주세요!
오늘은 백일휴가를 막 돌아온 시기에 겪어던 슬픈(?) 추억을 한번 이야기해보겠습니다.언제나처럼 시간적 순서에 따라 전개되지 않으며, 그때그때 기억나는 사건을 재구성하여 작성하고 있습니다. 고로 예전 글을 안 읽으시고 바로 보셔도 무방합니다. 시간적 여유가 있으신 분들은 윗부분에 위치한 지난 글보기를이용해주세요!
4.5초의 꿈만 같은 백일휴가를 보내고 돌아온 가츠군은 다시 시작된 군생활을 부정하고 싶었다. 불과 며칠전만해도 푹신한 침대에서 어머니가 해주시는 따뜻한 밥을 먹었다. 보고싶었던 여자친구, 지인들을 만나며 얼마나 즐거웠던가!
복귀 후 다음날 취사장에서 아침으로 먹는 군대리아, 정말 목구멍으로 넘어가지 않는다. 하지만 이등병이 먹기 싫다고 안 먹을 짬밥인가? 꾸역꾸역 억지로 삼키면서 현실을 받아들이고 있었다. 이미 나와 똑같은 경험을 한 고참들은 이런 내 모습을 보면서 연신 즐거워 하였다.
'아 ㅋㅋㅋ 가츠야~! 군대리아 맛있지! 내 것도 먹어! 많이 먹어~ 머시라! 배부르다고? 아나 이색히 휴가갔다오더니 배가 불렀네 불렀어! 이제 고참이 주는 것도 안먹는데.. ㄷㄷㄷ 우리 가츠 변했어! 무엇이 가츠를 변하게 한거지!
그렇게 주말내내 놀림받으며 다시 대한민국 육군 이등병으로의 모습을 되찾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며칠 후 여느때처럼 중대원들은 오후내내 교육훈련을 받으며 주둔지 앞 산에서 열심히 뒹굴고 있었다. 일과시간이 끝나고 중대로 돌아온 우리들은 저녁시간까지 내무실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소대로 들어온 어두운 표정의 인사계원.
'아나! 오늘 한따가리 하겠는데? 니들 없을때 중대 한바탕 뒤집어졌어!'
사연을 들어보니, 우리가 교육훈련 나갔을때, 연대인사과장이 중대에 와서 생활관에 위해물품이 있나 없나 검열을 했다는 것이다. 여기서 중요포인트는 연대인사과장이라는 점이다. 그사람은 우리 중대장을 못잡아먹어서 안달난 사람이다. 자세한 내막은 모르겠지만 암튼 우리 중대장님이랑 사이가 안좋다.
우리 중대장님은 야전부대 지휘관으로서 정말 완벽하다. 특전사 출신으로서 엄정화보다 두살 어리지만, 10살은 많아보이는 강인한 인상, 불같은 성격, 뛰어난 전술 등 우리들에게는 공포의 대상이다. 전에도 한번 이야기했지만 중대장님이 아침에 행정반 문을 손으로 열고 출근하는가, 발로 차고 들어오는가에 따라 그날 하루의 운명이 결정된다.
당시 우리 연대는 잇따른 자살사고에 초비상이 걸려있었다. 인사과장이 중대에 들어와서 결국 한 건을 올린 것이다. 2소대측 내무실에서 방치된 태권도 도복끈이 발견된 것이다. 인사과장은 낼름 대대장에게 보고하고는 유유히 연대로 올라가버렸다. 중대장님은 지금 오후 상황보고를 하기위해 지통실에 계셨다.
'아나! 그럼 지금 태권도 시즌인데! 당연한거 아냐? 중대장님 그냥 넘어가시겠지? ㅜㅜ'
우리들은 내심 걱정하면서도 별일 없을꺼라 생각하고 저녁먹으러 내려갔다. 저녁먹고 중대로 올라오니 중대장이 분대장 전원을 호출하였다. 아... 시작된 것이다. 고참이 나가서 정황을 살펴보라길래 나가보니...
중대 행정반 앞에 서있는 중대장님과 그 앞에 둥그러니 열중쉬어자세로 서있는 16명의 분대장들. 까하~ 그림은 참 멋있다! 연신 네! 네! 하는 분대장들의 소리가 들리고 갑자기 총알처럼 뛰어온다. 내무실로 들어오자마자 외쳤다.
'야! 지금 당장 내무실에 있는거 하나도 빠짐없이 중대사열대 앞으로 다 빼! 빨리 빨리 서둘러! 그리고 중대 창고도 다까야된다!'
두둥~! 이게 무슨 마른 하늘에 날벼락인가... 내무실에 있는거를 다 빼는거야 머 할만하다. 어차피 훈련때마다 출동하면 내무실 텅텅 비우니깐 말이다. 거기에 TV랑 매트리스, 벽에 걸린거, 책장정도 추가로 빼는 거니깐 귀찮은 정도지 힘들지는 않다.
그런데.. 그러나.. 중대창고를 다 까야된다고? 중대창고를?
자 여기서 중대창고에 대해서 알아보자. 보통 중대창고는 부대마다 다르겠지만, 일단 치장물자창고가 있다. 그 곳에는 휴가자 군장도 있고, 화생방탐지기, 방독면, 치장물자 등이 있다. 아니 겁나 먼가가 많이 있다. 그리고 훈련물자창고 여기서는 각종 훈련물품, 교보재등 들어가 있다. 그리고 자재창고, 여기가 하일라이트다! 능력있는 행보관님들은 그동안 자재창고에 무수한 목재와 시멘트, 작업도구들을 보관해두었다. 그 곳의 양이 능력있는 행보관이라고 자부할 수있다. 그리고 노래방, 탁구장이 있다.
결론부터 말하면, 말그대로 창고이고 그 창고안에 온갖 물품으로 가득차 있다. 지난 역사동안 수많은 선임병들은 창고에 계속 집어넣거나 짱박기만 했지, 일괄적으로 빼낸적은 한번도 없었다. 그 곳을 지금 다 빼내어야 된다.
사실 이등병이었던 나는, 사태의 심각성을 몰랐다. 아니 창고에 얼마나 많은 물건들이 비축되어있는지 몰랐다. 하지만 고참들의 표정을 보니 유격 복귀행군하는 것보다도 더 질려있었다.
'왜! 하필 내 군생활에 이런 일이 생기는거야! 나 전역하고 해도 되잖아! 왜 지금 하냐고! 아아아~'
말년 보급계원이 울면서 지나간다. 그렇게 우리들은 소대에 있는 물건들을 연병장으로 나르고 있었다. 곧 소대내에는 정말 침상에 관물대만 떡하니 남아있었다. 활동화 슬리퍼, 책장까지 통째로 다 들어냈다. 그리고 운명의 창고로 갔다. 이미 타소대에서도 창고로 하나둘씩 모이고 있었다.
간부님들의 지휘아래 우리는 하나둘씩 릴레이로 옮기고 있었다. 고참들의 표정하나같이 일그러져있었고, 나는 불똥이 나한테 튈까봐 연신 총알처럼 뛰어다니며 물건을 나르고 있었다.
'정상병님~! 제가 들겠습니다! 주십시오!'
'야 임마! 왜 내껄달라고해! 저기 미치도록 많이 있잖아!'
흑... 평소 착하디 착한 정상병마저 히스테리를 부린다. 그렇게 저녁먹고 시작된 작업은 9시가 넘어가도록 계속 되었다. 이 모습을 지켜보고 있는 타 중대 아저씨들은 우리를 보며 한숨을 내쉬고 있었다. 사실 어느정도 구경거리는 자기만 아니면되! 라는복불복 마인드로 즐거워하는데~ 이건 그마저도 뛰어넘었나 보다. 아니 우리를 보면서 즐거워하다가는 생명의 위협을 느낄 수도 있다는 것을 알아챘을수도...
목재를 연병장에 두고 다시 창고로 돌아가는데 커피자판기 앞에 소대장님과 곽병장 등이 앉아서 이야기를 하고있었다. 분위기 심각해보여 잽싸게 지나가는데 얼핏, 곽병장이 울고 있는게 아닌가?
평소, 곽병장은 전형적인 대한의 건아로서 터프하고 카리스마있고 무서운 고참이었다. 근데 그런 그가 울고있다니! 소대장님이 겁나 갈궜나? 이런저런 생각을 하였다. 나중에 다른 고참에게서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야 그때 곽병장 왜 울었는지 알어? 안그래도 힘든 부대와서 개고생하는데, 되도안한걸로 후임들 X뺑이 치는거 보니깐 억울하고 원통해서 울었데. 흑흑 곽병장님이 울줄이야 누가 상상이나 했겠냐?'
태권도 도복끈 하나때문에 중대원 100명이 야밤에 그렇게 뻘짓을 하고있었다. 아나 내가 검은색이면 말도안해! 흰색이었어 젠장! ㅋㅋ
어느덧 취침시간도 훌쩍 지나고 11시가 다되어갔다. 옆에 있던 서이병이 나에게 말한다.
'가츠이병님 저 오늘 불침번 초번근무였는데! 으흐흐 제꼈습니다! 앜ㅋㅋ 나이스!'
어김없이 이등병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던 최일병은 조용히 서이병을 끌고 창고뒤로 간다. 나도 이등병이지만 참 개념없다! 대한민국 이등병의 현주소다. 수치스런 녀석!
어느덧 연병장에는 중대에서 나온 물건들로 이미 우리 중대영역을 벗어나 6중대쪽까지 쌓이고 있었다. 정말 창고에서 이렇게 많은 물건들이 나오다니 대단하다! 이것도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노래방에 한쪽 벽면에는 학교 1층에 중앙현관에서 볼 수 있는 엄청 큰 전신거울이 있다. 그 거울을 떼내면 영화에서나 볼 수 있는 비밀 공간이 나온다. 그곳에는 대대에 정식으로 보고되지 않은 각종 보급품 등이 짱박혀있다.
그곳은 대대에서는 존재자체도 모르고, 만약 그곳의 물품이 세상밖으로 나온다면 엄청난 후폭풍이 예상되기 때문에 당시에는 그 곳을 까지않았다. 훗날, 다른 작업때문에 종종 들어갔는데 정말 없는게 없었다. 그곳에는 사람시체빼고 다 있었다. 아니지 열심히 뒤져보면 유골이 나올지도 모르겠다 ㅋㅋㅋ
자정이 다다를무렵 모든 작업이 끝났다. 연병장에 쌓인 물건들을 보니 허탈하였다. 내일 다시 창고로 집어넣을 생각을 하니 막막했다. 매트리스랑 모포, 침낭만 챙겨서 내무실로 들어와서 잠을 청하였다. 그렇게 녹초가 된 몸으로 씻지도 못하고 잠을 잘려는데 내 신세가 참 처량하였다. 평소같으면 병장들은 노가리까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할텐데, 다들 아무런 말도 없이 자는거 같았다. 아니 나처럼 같은 생각을 하고 있나보다.
역시 군대에서는 까라면 까야된다! 그게 무엇이던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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