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엄마 아빠는 대한민국을 지키는 헬기 조종사!
"우리 엄마 아빠는요!"
초등학교 3학년인 지윤이는 주말이 가장 기다려진다. 엄마, 아빠와 함께 맛있는 것도 먹고 나들이도 가고 운동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오늘은 온 가족이 함께 엄마가 일하는 곳을 찾았다. 위병소의 늠름한 군인아저씨들을 지나 도착한 곳은 다름 아닌 TV에서나 보던 멋진 헬기가 가득한 계류장이었다.
동네에서는 지윤이 엄마로 불리는 그녀는 다름 아닌 육군 항작사 2항공여단에서 헬기중대장으로 복무 중인 장시정 소령이다. 고등학교 때 군을 주제로 한 다큐멘터리를 본 후 사관학교에 꿈을 품게 되었고 지난 20여 년을 오직 군인의 길을 향해 달려온 그녀, 지금은 6대의 중형기동헬기 UH-60P를 관장하는 중대장이자 두 아이의 엄마로 맹활약 중이다.
여담이지만 해당 부대는 최근 유시진 대위 신드롬을 일으키고 있는 KBS 드라마 태양의 후예에 헬기를 지원하기도 했다. 실제로 송혜교가 탑승한 일명 송혜교 헬기는 장병들의 뜨거운 사랑(?)을 받고 있다는 후문이다.
"내조왕 남편을 소개합니다!"
최일선에서 맡은 임무를 수행하는 것만으로도 고된 일일 텐데 가사와 육아까지 할 수 있었던 그녀의 비결은 무엇일까?
같은 길을 걷고 있는 세상에서 가장 책임감이 강한 남편이 있기 때문이다. 육군 항공인이라면 필수로 거쳐가는 항공병과의 요람인 육군항공학교 UH-1H 교관으로 복무 중인 남경민 소령은 그녀의 전우이자 남편, 두 아이의 아빠로 매 순간 사명감을 가지고 최선을 다하고 있다.
실제로 장 소령이 둘째 유정이를 낳고 백일도 안되어 고군반 교육을 가야 했을 때 남편이 육아를 200% 책임져줘서 안심할 수 있었다. 지금도 유정이는 남편이 다 키웠다고 늘 자랑한다.
"달라진 부대 환경도 한 몫!"
그런 아이들이 벌써 10살, 8살이 되어 초등학교를 다니고 있다. 돌이켜 보면 군인 엄마, 아빠를 둔 아이들에게 미안하고 안타까운 순간들이 참 많았다. 그러나 그런 부족함을 아빠가 충분히 채워줘 지금까지 행복한 시간이 더 많았다고 자부할 수 있다. 육아는 엄마 혼자가 아니라 부부가 함께 하는 것이라는 것이 이들 부부의 가치관이기 때문이다.
특히 장 소령이 미국 뉴욕주립대에서 항공우주공학 석사 위탁 기간 동안 떨어져 있는 시간은 큰 전환점이 되어 주었다. 결혼 후 처음으로 장기간 가족이 떨어져 지냈는데 그때 얼마나 가족이 소중한지 뼈저리게 느꼈다고 한다. 지금은 부부군인 제도를 활용해 네 가족이 모두 같은 집에서 생활하고 있다.
나아가 헬기중대장으로서 역량을 최대한 발휘하는 동시에 가정도 충실할 수 있는 여건을 보장해 주는 달라진 부대 환경도 빠질 수 없다. 육군은 부부군인 동일지역 근무 신청, 분만 취약지역 보직 변경, 신혼부부 동거여건 부여 등 일과 가정을 양립할 수 있도록 다방면으로 제도를 개발, 시행 중이다. 이에 육군 항작사 2항공여단(여단장 대령 이경호) 603항공대대(대대장 중령 양해석)도 부내 내 장병들을 위한 적극적인 지원과 배려를 아끼지 않고 있다.
"대한민국을 지켜 주셔서 감사합니다!"
하지만 같은 길을 가는 부부 조종사로서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서로의 일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기 때문에 그만큼 임무 수행 간 긴장감도 배가 된다. 비행 전 서로에게 안전비행을 하라는 혹은 하겠다는 메시지를 남기고 비행 후에는 무사히 임무를 완수했다는 메시지를 남기는 것은 이미 부부의 오랜 버릇이 되어 버렸다.
아침에 출근해서 저녁에 몸 건강히 가족을 다시 만나는 것이 군인가족에게 얼마나 고맙고 중요한 것인지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해준다.
끝으로 지금은 군인이라는 직업을 100% 이해하지 못하는 아이들이지만 언젠가 엄마, 아빠가 얼마나 멋지고 중요한 일을 하는 사람인지를 알아주기를 바란다며 힘차게 조종간을 잡는 그들이 있어 대한민국 상공은 오늘도 든든하다.
사랑하는 아내에게
오랜만에 편지를 쓰는 거 같아 많이 쑥스럽기도 하다.
요즘 새로운 기종도 조종하고, 중대장이라는 지휘관 보직을 하느라 고생이 많네.
새로운 환경과 부대 그리고 신기종을 조종한다는 것이 매우 어려운 일인데 세 가지 일을
완벽하게 하려고 노력하는 당신의 모습을 보면 안타깝기도 하고 대견하기도 하네.
그래도 지금껏 아무일 없이 새로운 환경과 부대에 적응 잘해서
중대장이라는 중책까지 훌륭히 수행하는 당신의 모습에 뿌듯하기도 하고 감사해.
최근에는 나도 못했던 것을 중대원들과 합심해서 잘 했다고 하니 더 대단해 보이기도 하고,
아무튼 훌륭하게 임무수행을 해나가는 모습이 멋져 보여.
가정에서도 내가 항상 우선이 되어서 생각해줘서 고맙고.
항상 그렇지만 지금처럼 모든 일에 최선을 다하는 모습으로
군이든 가정이든 항상 최고인이 되는 당신이 되길 바라며.
안전비행하고 건강하게 행복하게 삽시다.
사랑해~~
사랑하는 지윤이와 유정이에게
다른 엄마처럼 매일 아침밥을 차려주지도, 저녁밥을 함께 먹어줄 수도 없는
빵점짜리 엄마이지만 너희들이 따뜻한 밥과 포근한 잠자리를 누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것만 알아줬으면 좋겠다.
엄마의 욕심으로 너희들이 말 한마디 통하지 않는 미국까지 가서
하루 종일 낯선 사람들과 낯선 언어로 지내느라 얼마나 힘들었을지 생각하면
지금도 마음 한 구석이 미안함으로 가득 찬다.
그래도 군인의 피가 흐르고 있었는지 이내 적응하며,
씩씩하게 손 흔들며 학교며 유치원으로 가는 너희들을 보면서
엄마 역시도 쉽지 않았던 유학 생활을 버텨냈단다.
우리나라는 여전히 분단국가이고 전쟁의 위협이 상존하는 곳이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희들이 잘 자랄 수 있게 하는 것이 바로 엄마와 아빠가 하는 일이란다.
젖먹이 시절부터 부대를 드나들면서 군복이 익숙한 너희들이지만,
여전히 군인이라는 직업을 이해시키기에는 아직은 어린 우리 아이들..
언젠가는 너희들이 엄마와 아빠가 얼마나 멋지고 중요한 일을 하는
사람인지를 알아주기를 바란다.